▲지난 1월 3일자 <중앙일보> 칼럼 '동성애 어젠다와 대한민국 진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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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보는 투쟁과 승리의 시대인 80년대에 집착"지난 2013년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관련기사 :
"한국이 'K팝의 나라'라고? 너무 슬퍼요")를 통해 한국사회를 새롭게 탐색했던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칼럼을 쓸 당시) 한국의 진보가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애석하게도 전술적으로 기민하고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아는 정당은 새누리당이 유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자연스럽게 성 소수자 권리를 지지하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새누리당이 성 소수자 권리, 동물 보호 등과 같은 이슈를 지지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 얼마나 많은 젊은 유권자들이 호응할지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이렇게 진보적 의제 설정에서 유연한 새누리당을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비했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거부하다 성 소수자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어차피 보수 개신교 목사들의 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박 시장은 더 용기를 내서 성 소수자 권리를 지지했어야 했다"며 "박 시장이 성 소수자 권리를 옹호했다면 국제적으로도 널리 인정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은 정치인처럼 행동하지 않고, 소신껏 일을 추진할 때 그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런 면에서 그 분이 너무 정치인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칼럼에서 "한국의 보수-진보 분류법은 매우 독특하다"라고 썼던 그는 "한국적 보수는 민주적 가치보다는 개발,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박정희주의를 숭배하는 사람이고, 한국적 진보는 한국적 보수를 반대하는 사람이다"라며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모두 하향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진보 학자들이나 유명 인사들의 귀한 의견을 전파하는 듯한 한국의 토크 콘서트 열풍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내 이야기만 듣지 말고, 혼자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 보수는 아직도 개발-대기업 우선주의, 비민주적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라며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수'가 '비민주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데 일부 한국 보수는 민주주의와 토론을 장애물로 인식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진보는 투쟁과 승리의 시대였던 1980년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더 나은 한국을 건설하는 것보다는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적과의 싸움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바람직한 한국 진보의 모델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꼽았다. "신자유주의경제를 반대하기 때문에 진보로 분류되면서도 교조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조만간 '한국 정치'와 '북한'을 주제로 한 두 권의 책을 출간한다. 특히 영국에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기반으로 미디어도 창간할 계획인 그는 "20개의 (취재) 프로젝트 가운데 삼성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다니엘 튜더와 이메일로 주고받은 인터뷰 전문이다.
"새 매체 프로젝트에 '삼성'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