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우성아파트 정류소에 도착한 3200번 2층 버스전광판의 데이터가 잘못 입력되어 깨진 것이 눈에 띈다.
박장식
경기도 시흥과 안산에서의 2층 버스 운행이 성공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자잘한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관광 중심의 노선과 출·퇴근노선 등 꾸준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세 노선이 각각 운행되어 운행 사원의 적절한 운행 방침 확립, 시민들의 질서유지를 통해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흥과 안산의 2층 버스 현장을 지난 2일부터 8일 7일간 다녀왔다.
시내버스 노선, 굴곡과 1차선 도로도 굽이굽이...
30-2번 노선의 시범 운행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뤄졌다. 30-2번은 경기도 시흥 오이도에서 출발하여 시화 공단을 거쳐 정왕동의 아파트 단지와 오이도역을 ㄷ자로 돌아나간 후 안산역, 안산 시청, 스타프라자 등 안산의 도심을 관통한 후 반대 쪽 주거 단지인 월피동, 부곡동을 거쳐 안산동에서 회차하는 노선이다.
수요가 굉장히 많아 5~6분에 한 대씩 다니는 버스인데, 이 노선에서 2층 버스가 운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늦게 출발한 버스가 먼저 출발한 버스를 추월하면 기사에게 패널티가 주어지는 것이 업체의 방침으로 돼 있어, 2층 버스를 추월하지 못한 일반 버스가 뒤에 2~3대씩 늘어서는 문제가 첫 날 발생한 것.
이 문제는 당일과 다음 날 기사들에게 통보해 해당 버스는 추월해도 패널티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통해 임시로 해결했지만, 일반 버스에 비해 차량이 무거워 가·감속 시간이 오래 걸리는 2층 버스가 일반 단층버스와 같은 노선, 같은 구간에서 운행할 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2층 버스를 투입할 때는 시간표를 더욱 치밀하고, 정교하게 짜야만 추월로 인한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노선이 특이한 것은 지금까지 2층 버스를 운행하던 중 처음으로 안전 요원이 배제된 운행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2층 버스가 운행했을 땐 경기도 공무원, 업체 관계자 등이 탑승해 승객들을 통제했지만, 이번 운행에서는 업체 관계자 한 명이 추가로 탑승했으나 승객들을 통제하지 않고 2층 앞좌석에서 승객처럼 승차했다. 이번 30-2번 운행에서는 기사 한 명만으로 2층 버스의 관리가 가능했기 때문에, 2층 버스로 인해 추가의 인건비가 생긴다는 우려는 접을 수 있게 됐다.
직행 좌석버스의 2층 버스, 교통망 부실한 시흥에서 큰 힘 될까 3200번 노선은 시흥시의 유일한 직행 좌석 버스로 지난해 7월 시행된 고속도로 경유 버스 입석 금지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은행지구, 능곡동 일대를 경유하는 버스다. 강남까지 가장 빠른 길로 갈 수 있는 버스이자, 철도 교통망이 마련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던 시흥 택지지구에서는 그야말로 단비나 다름 없는 버스다.
배차 간격이 긴 데 반해 수요는 많은 노선임에도 증차 허가를 받기 까다로운 노선에서는 2층 버스의 도입이 수요를 잠재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시흥 3200번은 실제로 저녁 퇴근 시간대에 강남역 정류소를 꽉 채운 3200번 승객을 모두 태우고 발차해 2층 버스의 이점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2층 버스 모델 중 트렁크 공간을 배제한 뒤 8개의 좌석을 추가해 무려 87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모델이 79인승 모델과 같은 가격에 시판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2층 버스가 중문이 배치된 39인승 단층 버스에 비해 2.2배의 승객이 승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3200번의 승객을 대상으로 2층 버스 도입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수의 시민이 2층 버스의 도입을 찬성하는 등 2층 버스가 시흥시 교통의 큰 보탬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큼을 시사했다. 다만 2층 버스의 발목을 잡는 것은, 2층 버스가 출·퇴근을 제외한 시간대에 연료 소비량은 큰 데 반해 적은 승객을 태우고 달린다는 점이다. 이는 운영사의 경영 수익 악화와 더불어 배차 간격 연장,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큰 문제이기 때문에 운영사의 적절한 운행 계획 설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