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의 노력... 드디어 세상에 나온 꿈의 '빵집'

▲애중복지재단 생활자들이 만드는 쌀빵 전문점 '베이커리 위드'가 10일 3호점을 열었다.이영주

전남 목포에 가면 특별한 빵집이 있다. 우선, 재료가 특별하다. 100% 쌀로 만든 빵만 만들어 판매한다. 빵집을 운영하는 목표도 특별하다. 빵을 만드는 이들의 사회적 소통과 자립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다 같이 행복한 빵을 목표로 내건 이 빵집의 상호는 '베이커리 위드'.

베이커리 위드는 사회복지법인 애중복지재단에서 운영한다.

1명의 일을 10명이 하는 게 우리만의 '효율'

애중복지재단(대표 한문례)은 지난 1961년 설립된 전남지역의 대표적 사회복지재단이다. 홈리스와 정신장애인 거주 시설을 운영하며 현재 약 6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한 때는 거주자들이 1200여 명에 달하던 때도 있었다. 이 때문에 "홈리스를 기차에 태워 종착역인 목포까지 보낸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 목포역에 내려 서성이던 많은 홈리스와 정신장애인은 애중복지재단으로 보내졌다.

베이커리 위드의 시작은 지난 1993년부터다. 애중복지재단이 입소 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으로 제빵실을 운영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기만 하던 장애인들은 그로부터 18년이 흐른 지난 2011년, 마침내 쌀빵 전문점 베이커리 위드를 세상에 선보였다.

애중복지재단 내에 본점이 탄생한 순간이다. 처음에는 내부에만 머물러 있던 베이커리 위드는 지난해 1호점과 2호점을 연달아 외부에 개점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0일에는 전남 무안종합병원 1층에 3호점인 '베이커리 위드 무안병원점' 문을 열었다.

1호점 점주 박현지씨는 "100% 쌀로만 만든 빵이라는 장점에 맛까지 좋아 흔쾌히 1호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사회복지기관의 '빵집'이 체인점 개점까지 이어진 데에는 수 많은 개미들의 입소문이 한몫했다. '100%쌀로 만든 빵'을 맛 본 시민들은 SNS와 인터넷에 후기를 남기며 입소문이 퍼져갔다.

10일, 무안종합병원 1층에 3호점 문 열어

▲'베이커리 위드'는 홈리스와 정신장애인들의 직업재활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작됐다. 18년 동안의 제빵 훈련을 통해 현재는 3호점까지 개점했다.애중복지재단

여기에 지난 2013년 만든 체험장은 소문을 더욱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어린이에서부터 가족, 단체 등으로 이뤄진 제빵 참가자는 지난 2013년 한해에만 4000여 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6000여 명이 다녀갔다.

애중복지재단 베이커리 위드 담당자 김정기씨는 "제빵 체험 등이 활성화되면서 노숙인, 정신요양시설에 가족단위 방문객의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사회복지시설과의 자연스런 교감을 넓히는 지역사회 통합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베이커리 위드가 포기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한 사람이 열사람 몫을 해내는 것보다, 한 사람 몫을 열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효율'을 추구하지 않는다. '약함을 토대로 한 연대'가 오히려 삶이 풍부해 질 수 있다는 믿음이 '애중복지재단만의 효율'이라는 것이다.

현재 제빵 사업에는 애중복지재단에 생활하는 훈련생 40명이 참여하고 있다. 제빵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생활자들은 빵 재료로 사용되는 당근·단호박·양파·오이·옥수수 등을 재배하며 돕고 있다.

베이커리 위드는 이제 어엿한 기업으로서 미래를 꿈꾸고 있다. 안정적인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을 위해 매출확대에 노력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기존 제과점에서 식품제조가공업으로의 전환도 추진한다.

지난 2013년 3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4년 5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매출은 10억 원을 목표로 삼았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회적 경제모델을 통한 일자리창출사업'에 선정되어 2년 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자립자활과 일자리제공을 위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의 표준사업장 업무협약체결'도 진행하고 있다.

한문례 애중복지재단 대표는 "소비자에게는 어디서나 한 번 먹는 빵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빵을 만드는 사람들에겐 사회와 소통하고 자립할 수 있는 희망이자 꿈이다"며 "나눔으로 꿈과 희망을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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