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대기업, 대통령... 주진우는 어떻게 맞섰을까?

[서평] 소송 100여 건 시달린 기자, 그 경험 담은 책 <주진우의 사법활극>

등록 2015.02.15 11:08수정 2015.02.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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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전문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언론인이 있다. 시사 주간지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바로 그다. 많은 소송에 휘말려 붙은 별명이다. 그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100여 차례 이상 고소와 고발을 당했다고 한다.

그 경험담을 엮은 책이 나왔다. 2월에 출간된 <주기자의 사법활극>이다. 저자 소개에 적힌 글부터 심상치 않다. 자칭 최고 '몸값'의 기자라는 것. 이 '몸값'은 2002년부터 더한 소송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사이비 종교 단체와 조직 폭력배로부터 "파묻어 버리겠다"는 살해 협박을 받은 적도 있다는 주진우 기자. 하지만 그는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소송, 그것도 민사 소송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사실을 기반으로 쓰더라도 재판에서 명예훼손이 인정되면 많게는 천 만원 단위로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송에 휘말린 기자의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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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가 쓴 <주기자의 사법활극> 표지사진. ⓒ 푸른숲

이 책은 소송 전문 기자의 생존기다. 백여 차례 고소·고발 당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공개하고자 한다. 박지만씨 '5촌 살인 사건 보도' 재판을 중심으로 법과 재판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적었다.(본문 18쪽 중에서)

주진우 기자는 본문에서 소송을 '감기'에 비유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야 하는 것처럼, 고소장이 날아오면 반드시 변호사를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대부분 스스로 상황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검찰청에 직접 가보면 당황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피고 사실 통보, 변호사 선임, 소환, 구속영장 청구, 재판과 판결 과정까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직접 겪은 일화부터 다양한 사례를 덧붙이기도 하고, 일반인이 차마 상상하기 힘든 재판의 뒷얘기도 담았다.


좋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법, 재판에 임하는 요령, 경찰과 검찰의 조사에 응하는 태도까지 나와 있다.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한 전략 수립, 필요한 것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덧붙인다. 생소한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묘사한 것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며 겪었던 일화들도 흥미를 더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소송에 휘말린 기자의 생존기라고 할 수 있다. 트위터에 "학교 외벽에 금이 갔다"고 글을 썼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고소 당한 여고생, 광화문 광장에서 조롱을 일삼는 일베 회원을 밀쳤다가 불구속 입건된 세월호 유족, 종로에서 세월호 추모 행진에 동참했다가 연행된 20대 커플까지. 소송과 연행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주기자의 사법활극>은 실제 벌어진 사례를 통해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으스스한 사건과 더 무서운 소송 사례들

본문은 많은 사건을 예로 들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최근 2심에서 무죄로 판결난 '박지만씨 '5촌 살인사건' 관련 보도에 대한 소송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친척의 자식들이 서로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결론난 사건인데, "박근혜 대통령 집안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수사를 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 주 기자의 주장이다.

그가 열거한 취재 정보를 훑어보면 그야말로 으스스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이어지는 소송과 그 수사 실태다. 법의 잣대는 권력과 국가 기관에게 관대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진우 기자는 국내에서 가장 큰 교회 목사의 비리, 삼성 이건희 회장, 노무현 대통령을 괴롭힌 노건평씨 사건 등을 특종 보도한 바 있다. 그와 함께 재판을 받은 김어준씨의 최후 변론처럼, 주 기자는 "가장 강한 경제 권력, 가장 강한 종교 권력, 가장 강한 정치 권력"과 싸워온 사람인 셈이다.

당시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했던 누군가의 표현처럼, "이런 기자 한 명쯤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어지는 대목이다. 이 책은 '각자도생'이 화두가 된 세상에서 많은 사람이 읽어봐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법 앞에서 누구도 개인을, 권력에 맞서 권리를, 정부 비판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지 않는 현실.

흔히 '법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면 '법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야' 할지도 모른다. <주기자의 사법활극>은 어느 날 당신에게도 들이닥칠 수 있는 소환 통보에 대한 작은 조언이 되어줄 것이다. 물론, 그럴 일이 없기를 더 바라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주진우의 사법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펴냄 / 2015.1. / 1만4500원)

주기자의 사법활극 - 소송전문기자 주진우가 알려주는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

주진우 지음,
푸른숲, 2015


#주진우 기자 #시사IN #주진우의 사법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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