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말에 말대꾸하는 9살 아들을 어쩌나

[초보 학부모 이야기] 초등 2학년, 벌써 사춘기가 온 건가

등록 2015.02.17 09:26수정 2015.02.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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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아, 스마트폰 게임 그만하고 책 좀 읽어라."
"엄마도 스마트폰으로 게임 하잖아요."


"OO아, TV 그만 보고 얼른 밥 먹어."
"그럼, 엄마도 TV 보지 마세요."

"□□아, 양치하고 잘 준비해."
"형아가 안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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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게임에 빠진 아들 맞벌이 때문에 첫째에게 핸드폰을 사줬는데 가끔 게임 삼매경에 빠져 헤어나올 줄 모른다. ⓒ 김승한

아내와 두 아들 사이에서 가끔 이런 대화가 오간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점점 말대꾸 수위가 높아진다.

우리 집에선 스마트폰이나 TV 보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을 불러 아내가 제재를 하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말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이젠 '대답' 수준을 넘어 '대꾸'를 한다. 그것도 서로 엄마, 아빠, 동생, 형 핑계를 대며 말이다.

지난 13일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OO아, 옷 벗고 얼굴이랑 손발 씻어."
"□□이는 장난감 갖고 놀고 있잖아요."

아내의 낯빛이 변하는가 싶더니 순간 무언가 번뜩인다. 요란한 소리가 나고 아이들의 겁에 질린 목소리! 그리고 이내 조용해졌다.

갑자기 고분고분 해진 아이들이 나란히 화장실로 들어간다. 애 엄마가 사랑으로 아이들을 교육했나 보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핑계 대기, 트집 잡기... 늘어만 가는 갈등

아이들이 잠든 후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설마, 벌써 OO에게 사춘기가 온 것은 아니겠지?"
"에이, 인제 9살인데..."

"그렇긴 한데 요즘 우리가 하는 말에 꼬박꼬박 말대꾸하고 동생 핑계 대고, 엄마는 어쩌구 아빠는 어쩌구 그러는데 꼭 사춘기 때 하는 행동이라서 말이야."
"하긴, 좀 잔소리하면 방문 쾅! 닫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더라고. 정말 사춘기가 되면 어쩔까 싶다."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며 말하는 방식이나 질문의 수준이 달라지는 걸 많이 느낀다. 더불어 부모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자신과 결부시켜 어처구니없는 말로 당황시킬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처음, 질문의 수준이 바뀌는 걸 볼 때까지는 기특했다.

"이게 뭐예요? 저게 뭐예요?" 하던 애가 두어 살 더 먹었다고, "저건 왜 그래요?" 하더니만 나중엔, "아빠, 이거는 원래 이런 거 아니에요? 근데 어떻게 해서 저렇게 된 거예요?" 이런 식으로 바뀌어 갔다.

조금씩 무언가 알아가고 생각의 폭이 깊어지며 나름대로 궁금한 것을 명확히 묘사하게 되었다. 이때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요즘엔 질문이라기보다는 부모의 말을 트집 잡거나 뭔가 핑계를 대거나 능글능글 장난을 친다. 벌써 사춘기로 접어든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만큼 말이다. 아님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너무 다 받아주고 키운 건가?

자녀들과의 대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저녁에 퇴근하고 나면 아이들은 어린이 TV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학원 다녀와서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30분 정도 시간을 준 것이다. 물론 엄마와 아이가 시간 약속을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들어가면 보던 TV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읽는다든지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그런데 요 몇 주간 아이들의 태도가 좀 달라졌다. TV도 조금 더 본다고 하고 스마트폰 게임도 좀 더 하겠단다. 그러면서 엄마도 TV 보고 아빠도 스마트폰 게임 하는데 왜 못하게 하느냐고 툴툴거린다. 양치를 하라고 해도 9살, 7살 아들 서로 미룬다. 형이 안 한다고, 동생이 안 한다고 자기는 나중에 하겠단다.

14일에는 두 아들을 자리에 앉혀놓고 얘기를 했다.

"OO아, 엄마랑 스마트폰 게임 하지 말라는 게 아니야. 게임 할 때 엄마랑 OO이가 서로 정했던 시간이 있지? 그 시간만 게임 하고 아빠 오면 같이 놀기로 했잖아. 아빠도 집에 오며 OO이랑 놀고 싶은데 OO이가 자꾸 게임을 더 하겠다고 고집부리니까 엄마가 속상하대."

첫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불만이 사라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번엔 둘째에게 말했다.

"□□아, 양치하는데 형이 꼭 먼저 해야 하는 법은 없지? 형이 먼저 하든 동생이 먼저 하든 어때. 얼른 양치하고 또 놀면 되지. 먼저 하는 사람이 이도 튼튼해지고 건강해질 거야. 다음부터는 엄마가 양치하라고 하면 바로 하기다?"

둘째 역시 고개를 끄덕다가 살짝 웃는다. 성격상 이런 분위기가 쑥스러운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그림자이며 거울이다. 요즘 들어서 확실히 느낀다. 부모가 TV 삼매경인데 아이들이라고 그렇고 싶지 않겠는가? 부모가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아이들을 윽박지른다고 될 일일까. 더구나 아이들 눈에는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문자 메시지 보내는 것이나 폰뱅킹 하는 것도 무조건 게임하는 것으로 보이나 보다.

하물며 부모가 책읽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아이들이 책읽는 습관을 어떻게 가질까? 그러니 아이들이 보기에, 엄마는 어쩌구 아빠도 어쩌구……. 나름대로 할 말이 있을 거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사랑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내 말투, 행동 하나하나를 나도 모르는 사이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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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내가 주고 받은 이모티콘 엄마한테 혼나고 울던 아들이 방으로 들어가더니만 아내와 나에게 위의 아기공룡이 불을 뿜는 이모티콘을 연거푸 보냈다. 화났단다. 그래서 나는 위 오른쪽의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그러더니 조금 후에 방에서 나온다. ⓒ 김승한

왼쪽 공룡 그림은 첫째 아이가 엄마한테 혼난 후 혼자 방문을 닫고 들어가더니만 아내와 나를 그룹 채팅으로 묶어서 보낸 이모티콘이다. 그룹으로 묶는 건 또 어디서 배웠는지...

공룡이 불을 내뿜고 있다. 자기가 화났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리 표현이라도 하니 다행이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바로 왼쪽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화난 아들을 보고 놀랐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조금 지나서 아이가 방에서 나온다. 화가 풀렸는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웃으며 민망한 얼굴로 엄마에게 다가간다.

아내는 아이를 끌어안고 다독여줬다. 나는 아내를 쳐다보며 웃었다. 웃기는 웃되 걱정이다. 정말 사춘기가 다가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선배들의 조언이 간절하다.
#스마트폰 게임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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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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