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오페라 '운영' 작곡가 이근형.
문성식
-오페라 <운영>의 이틀공연이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이틀공연에 국립극장 객석이 만석이 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공연으로 보답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후에 그 모든 분들의 공연에 대한 의견들 수렴해서, 다음 작품에서 더욱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운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제 이전 오페라 <나는 이중섭이다>를 연출하신 김무식 선생님이 새로운 작품 <운영>을 제안하셔서 작품을 30분 정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김무식 선생님이 돌아가셨고, 이후 장수동 선생님이 연락을 하셔서 다시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그림으로 그린 것입니다. 이 그림을 토대로 '운영전'이라는 조선시대 소설에 살을 덧붙여서 극본을 만들고, 제가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운영>에는 음악이 너무 현대 음악적이거나, 너무 한국풍이거나 하지 않고, 이 두 가지가 매우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었는데요. 이번 오페라의 음악적 특징, 어떤 것이 있을까요?"새로운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 모든 작곡가는 약간의 딜레마가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음악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양식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조성이라든가, 오음음계 등으로 구분지을 것이 아니구요. 오페라 <운영전>안에서, 세조가 나오는 부분이나 운영이 죽은 이후에 부르는 노래 등은 조성이나 우리 옛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 보다는 현대음악적인 느낌으로 썼습니다. 예를 들면 푸치니나 베르디의 오페라가 그 시대만의 스타일이 있듯이, 저 또한 이 시대 작곡가이므로 이 시대에 맞고 쓸 수 있는 기법들을 극의 흐름과 장면에 맞춰 작곡했습니다."
-'오페라 작곡가'로서, 오페라 작곡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제가 오페라 작곡가라 불리기에는 너무 과찬이시구요(웃음). 김문식 선생님이 소극장 오페라를 해보자 하셨고, 때마침 당시 국립오페라단의 '창작팩토리' 지원 사업이 있어서 <나는 이중섭이다>로 지원했는데, 제가 이중섭의 그림이 좋았고, 이중섭의 그림이랑 나의 현대음악이 맞겠다 싶고 흥미로웠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맞춰 열심히 했는데, 다행히 선정 되었구요. 또 이번 <운영전>까지 두 개의 오페라를 하게 됐습니다. "
-그렇다면, 선생님께 도움을 주는 오페라 작곡의 롤 모델이 있으신지요?"중학교 때에는 사실 성악가를 하고 싶었는데, 제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작곡가의 길로 오게 되었어요. 어릴 적부터 오페라를 많이 들어왔는데, <피터 그라임스>를 작곡한 영국의 벤자민 브리튼은 조성을 기본으로 하지만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섞는 방식이 저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구요. 알반 베르크의 <룰루>나 <보체크> 등도 영향을 받습니다. 베르디는 당연하구요. 한국작곡가 선생님들은 다 현존해 계시니까요. 모두 여러 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받았다 할 수 있겠죠."
-여러 예술장르 중에서 오페라만의 특별한 기능이나 역할이라면 무엇일까요?"오페라는 "종합예술"입니다. 프로덕션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어렵구요. 세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국가에서 굉장히 많이 지원하려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민간에서 준비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오페라는 음악, 미술, 의상, 영상, 조명 등 한 곳에서 다양한 예술장르를 동시에 볼 수 있어서 관객들께는 '선물보따리' 같은 장르이기 때문에 정말로 가치가 있구요. 하나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고, 많은 것들을 관객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문화라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지원이 더욱 다양하게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 몇 년사이 한국 창작오페라가 많이 새로워졌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한국 창작오페라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창작오페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구요. 오페라뿐 아니라 모든 창작계의 숙원이겠지만, 우리만의 '창작'물이 더욱 많이 나와야겠지요. 정말 오페라는 준비단계에서부터 세밀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페라는 작곡가만의 것, 단지 저의 음악언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 성악가들도 함께 즐겁고, 음악을 들으러 오신 관객분들이 정말 들을만한 오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업, 모든 장르가 마찬가지겠지만, 작곡가 혼자만의 오페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야의 많은 스태프가 함께 모여서 만드는 것, 이것이 좋은 오페라를 만드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후 작품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오페라는 항상 자금부분이 제일 문제이기 때문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이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오페라 <나는 이중섭이다>를 유치하셨어요. 이중섭이 가장 사랑했고, 그의 그림이 빛이 나고 그가 행복했던 서귀포에서 잘 되면 올 가을에 <나는 이중섭이다>가 올라갈 것이구요. <운영>도 재공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구요. 앞 오페라 두 개가 모두 대규모 대형 오페라였는데, 기회가 되면 <쟌니스키키>처럼 2-3명이 나오는 규모의 소극장오페라도 쓰고 싶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우리가 꿈꾸는 무릉도원, 성대한 창작오페라로 이루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