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영광
-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난항을 겪고 있어서 세월호 특위가 취지대로 잘 돌아갈지 우려스럽기도 한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걱정이죠. 예상을 했던 것이긴 하지만 새누리당 쪽 위원들이 마치 정부나 새누리당에서 파견된 공무원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특별조사 위원회라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잖아요. 독립적인 위원회로서 비록 새누리당 추천을 받았지만 위원들은 어디서 추천 받았는지와 상관없이 국민들을 대표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의무를 띠고 위원이 된 것이라고 봐야죠.
그러나 새누리당에서 추천을 받은 5명의 위원들은 마치 청와대나 새누리당의 대변자 같은 식의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제대로 하려고 위원이 된 게 아니라 오히려 진실규명을 방해하려고 위원으로 들어온 사람들인 것처럼 그런 식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게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특위가 앞으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렇지만 세월호 특위는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사회를 만들자'는 국민들의 열망이 모아져서 출범하는 것입니다. 국민들과 함께 가는 조사위원회가 된다면 앞으로 세월호 특위가 진상조사 활동을 충분히 적극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세월호 특위가 마치면 특검 문제가 대두될텐데 특검은 어떻게 전망하세요?"세월호 특위는 특별법에 의해서 특검 수사를 두 차례 요청할 수 있습니다. 진상조사 활동을 통해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어느 정도 규명된다면 처벌이 필요한 사람들이 나오겠죠. 그러면 그걸 기초로 해서 국회에 특검 임명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입니다. 특검이 정치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잖아요. 어렵지만 앞으로 특검을 분명히 요청하게 될 겁니다. 그 과정에서도 특검이 정치적 독립성을 가지고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감시와 압박 등의 뒷받침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 세월호 참사 300일이 지나 1주기가 두 달 남았어요. 하지만 대한민국은 진영 논리로 갈라져 있어서 참사 전이나 달라지지 않았는데."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모든 국민들이 함께 울었고 분노했어요. 모두가 나서서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모든 국민들이 똑같은 마음으로 분노하고 슬퍼했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새누리당 의원들이나 일부 언론에서 마치 유가족들이 의사자 지정이니 대학특례입학 등 특혜를 바란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행태를 보였죠. 그 다음엔 마치 '세월호 참사 때문에 경제가 안 좋아진다'라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며 '이제 그만 하자'고도 했습니다. 또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 행태를 보이는데, 우리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모든 국민이 했는데 그 마음을 계속 간직해야 합니다. 진실규명이 앞으로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특위 활동에서 모든 진실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고 참사의 진실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힐 수 있을 때 진정으로 먼저 간 희생자들 앞에서 고개 숙여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참사에는 단순히 청해진해운의 탐욕만이 아니라 그것을 방조한 정부의 책임도 매우 큽니다. 규제완화, 민영화 정책 등으로 우리 사회에 위험 요소들을 도처에 방치하고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안전을 도외시하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되도록 만든 정부의 책임 또한 매우 무겁지요. 그런 책임들을 분명히 밝히고 우리가 다시는 이런 참사를 겪지 않도록, 그래서 우리 사회가 안전하고 행복하며 건강하게 일과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기틀을 만드는 것이 진실규명이고 세월호 특위의 역할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거듭나야 합니다. 여기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것이고 보수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힘을 합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그리고 안전 사회의 기틀을 만듦으로써 우리 사회가 사람의 생명과 존엄이 존중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합니다. 이게 바로 우리 시대의 역사적인 사명이 아닌가 싶어요."
"3·15부정선거 버금가는 불법 관권선거... 책임지는 방법은 퇴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시잖아요. 지난 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결에 대해 "2012년 대선이 관권 선거였음이 분명해졌다.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하셨어요. 정치적 책임의 의미는 뭔가요?"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국정원법 위반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이 확인됐죠. 단순히 국정원법 위반 즉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정원법 위반을 넘어서서 공직선거법상의 불법선거운동이 인정됐다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 권력기관인 국정원을 이용해서 불법적인 선거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온라인 상에서 댓글을 단 걸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은 매우 중대한 불법선거입니다.
오프라인으로 비교하자면, 국정원 직원들이 집집마다 방문을 하면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여러 가지 치적을 홍보하고 야당 후보를 깎아내리는 식으로 말하고 다녔다고 해보세요. 이건 3·15부정선거에 버금가는 불법적인 관권선거인데 그런 짓을 한 겁니다. 이렇게 불법적인 관권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정치적인 정당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죠. 여기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고 그 방법은 퇴진이죠."
-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대선 불복 프레임에 갇혀서 사과만 요구하는데."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은 여야의 정치적인 타협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당당히 요구해야 할 문제라고 봐요. 만약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선거 때 국정원, 군대, 경찰 등 권력기관을 불법적으로 동원해서 선거를 해놓고 나중에 발각되면 관련자들 몇 명 처벌 받게 하고 대통령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행태가 반복될 수 있잖아요. 이건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 굉장히 불행한 상황이 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선거의 민주성과 정당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민주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대단히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 최소한 대통령으로서 집권여당의 당시 후보로서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 하지만 한편에서는 '지금 대법원 판결이 안 나왔는데 퇴진을 요구하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줘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던데."물론 그럴 수도 있죠. 그러나 항소심 판결에서 사실 관계는 다 나왔습니다. 대법원에 가서 뒤집힐 우려도 있지만 저는 법해석상 상식을 가진 법관들이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봐요. 명백한 불법행위를 했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건데 여기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우리 대법관들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뒤집힐 가능성도 없고 뒤집혀져서도 안 되요. 법리해석상 공직선거법 위반은 당연히 인정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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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대통령이 책임지는 방법은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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