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반공 국시'는 박정희 좌익 의혹 씻기 위한 것"

김종필 전 총리, <중앙일보>에 증언... "박정희, 죽기 1년 전부터 사고력 떨어져"

등록 2015.03.02 14:17수정 2015.03.0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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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세력이 내세운 '반공 국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좌익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예비역 중령으로 5·16 군사쿠데타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김종필(90) 전 국무총리가 "5·16 혁명 공약의 제1항 '반공을 국시(國是)의 제1의로 삼는다'는 조항는 당시 박정희 소장에게 쏠린 좌익 의혹을 씻어내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중앙일보>에 증언한 것이다.

'5·16 혁명공약' 6개항


1.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세를 재정비강화한다.

2. UN헌장을 준수하고 국제협약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며, 미국을 비롯한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3. 이 나라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도의와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해 정신한 기풍을 진작시킨다.

4.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

5. 민족적 숙원인 국토통일을 위해 공산주의와 대결할 수 있는 실력의 배양에 전력을 집중한다.

6. <군인> 이와 같은 우리들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 양심적인 정치인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는 본연의 임무로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

<민간> 이와 같은 우리들의 과업을 조속히 성취하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공고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의 심신을 바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박정희 장군의 제일 아픈 데가 빨갱이 의혹 아니냐?"

JP 위로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 박영옥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 후 김 전 총리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JP 위로하는 박근혜 대통령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 박영옥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 후 김 전 총리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당시 혁명공약과 포고문을 직접 작성한 김종필 전 총리는 "혁명공약을 쓸 때 내 머릿속에는 혁명의 지도자인 박정희 장군의 제일 아픈 데가 뭐냐,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주위 사람들 아니냐"라며 "이것들을 불식하려면 한마디 해야겠다, 그래 가지고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고'라는 내용을 6개 공약 가운데 첫 번째로 집어넣었다"라고 회고했다.

박정희·김종필 등 5·16 군사쿠데타 세력들은 당시 군사혁명위원회(국가재건최고회의의 전신) 명의로 6개항의 '5·16 혁명공약'(상자기사 참조)을 발표했다. 이 6개항의 '혁명공약' 가운데 첫 번째가 '반공을 제1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인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세를 재정비강화한다'였다.

그동안 5·16 군사쿠데타 세력들이 '혁명공약'의 첫 번째로 '반공 국시'를 내세운 것은 당시 혁신계와 대학가 등에 확산되고 있던 용공적 통일 논의를 일소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그런 가운데 김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좌익 의혹을 씻기 위한 조치였다"라는 흥미로운 증언을 내놓은 것이다.

'박정희 좌익 의혹'이란 1946년 7월부터 1948년 11월 사이에 남로당(남조선노동당)에 가입한 뒤 군내에 비밀세포들 조직해 대한민국 정부를 무력으로 전복시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 1949년 2월 군사법정에서 박정희 당시 육군본부 소령은 국방경비법 제16조 위반('반란기도죄') 혐의로 사형구형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장군은 자기의 사상을 미국도 의심하고, 군 내부에서도 의심하는 데다 실제로 남로당에 연루된 혐의로 사형 구형까지 받았던 경력이 있어 좌익 콤플렉스를 아주 크게 느끼고 있었다"라며 "이 때문에 박 소장이 혁명 후에도 '나 그만두겠다'는 소리를 여러 번 했다"라고 증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재심에서 감형과 동시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강제로 예편됐다. 하지만 백선엽 당시 육군본부 정보국장의 배려로 육군본부 정보국에서 무급 무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직후 현역으로 복귀했다.


"박 대통령이 죽기 1년 전부터 사고력이 떨어졌어... 불가사의야"

김종필 전 총리는 자신이 이끌었던 현대사에도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먼저 5·16 군사쿠데타에는 "쿠데타면 어떻고 혁명이면 어떠냐 말이야, 5·16은 우리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본질적 변화를 이끌고 실적을 남겼어"라며 "그게 바로 혁명이야"라고 일갈했다. 

김 전 총리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도) 혁명할 때 목숨을 건 마음가짐으로 내가 나섰어"라며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대륙의 맹장처럼 매달려 있는 신세야, 국교를 정상화하고 일본을 디딤돌로 해서 태평양, 대서양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한 거야"라고 평가했다.

김 전 총리는 "김재규가 총을 꺼낸 것은 충성경쟁에서 차지철에게 패배했기 때문이야"라며 "그렇게 영민하던 박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 사고력이 떨어졌어,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야"라고 회고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내일(3일)부터 김 전 총리의 현대사 육성증언을 연재한다. 이를 위해 박보균 대기자와 전영기 전 편집국장 등이 지난 10월부터 그를 인터뷰해왔다. '내 생애에 회고록은 없다'고 장담했던 그가 어떤 현대사 증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종필 #중앙일보 #박정희 #5·16 군사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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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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