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에 연재 중인 웹툰 <조이라이드> 중 일부. 청년 세대가 풍요를 누리면서도 불평을 늘어놓는 집단인 것처럼 묘사했다.
조선닷컴 누리집 캡처
그렇다면 보수언론이 청년층을 두고 '체념'하는 세대로 포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정치계와 언론을 막론하고 '복지 철회'를 주장하는 보수진영의 태도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기세다. 어쩌면 '달관 세대'도 '복지 무용론'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 주장의 연장선에 놓은 프레임일지도 모른다.
노골적인 묘사와 일반화를 구사하는 역할은 기사 바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선닷컴>에 연재 중인 웹툰 <조이라이드>는 정부에 대한 대부분 비판을 '사치스러운 불만'으로 그려냈다. 특히, 청년 담론에 있어서는 '풍요를 누리면서도 불평을 늘어놓는 집단'으로 묘사한다. 해당 웹툰 내용은 보수지지층을 만족시키기에 적절할지 모르나 그 의도는 다분히 '물타기' 전략으로 보인다. 이는 <조선>의 '달관 세대' 담론과도 묘한 지점에서 맞닿는다.
저소득에 만족하고 비정규직이 되기를 '스스로' 선택한다면 굳이 그들을 국가가 나서서 도울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청년의 일자리 문제를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너희는 왜 불평하느냐'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리 뒤집던 <조선>, 이번엔 '가려서 보여주기'인가<조선일보>는 종종 교묘하게 논리를 뒤집는 모습을 보였다. 사안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며 보수진영에는 관대하고, 야권에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이완구는 책임 없고, 박원순은 책임 있다?).
'논리 뒤집기'와 더불어 보수언론이 휘두르는 또 하나의 무기는 '가려서 보여주기'다. 청년층이 왜 미래를 비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지, 세대담론을 주장하기에 앞서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일은 피해간다. 이는 보수진영이 예산 부족을 근거로 '복지망국론'을 외치면서도, MB정권의 '4대강 사업'과 '자원 외교'로 수십조 원의 세금이 낭비된 것을 지적하지 않는 것과도 흡사하다.
욕심과 의욕을 잃은 일본 '사토리 세대'의 한국판이 '달관 세대'라면, 청년들을 좌절하게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 짚어야 마땅한 일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젊은이들이 풍요로움과 사치에 물들어 노력을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차라리 어떤 '벽'을 실감한 것에 가까울 것이다. 사회경제적 통계를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오늘날 과열된 스펙 경쟁에도 청년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빚은 쌓여간다. 어렵사리 취직에 성공해도 비정규직 비율은 늘어만 가고, 고용 안정성은 '정리해고 완화'를 외치는 정부 정책에 무너지는 게 현실이다.
<조선일보>가 진심으로 청년 세대의 오늘을,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달관 세대' 담론 이후의 생각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3포 세대'의 씁쓸한 현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삶의 방식'이 더 이상 불가능하기에 불가피한 '체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청년들은 덜 벌어도 현실에 만족한다'는 말 뿐이라면 '달관 세대'는 기성세대의 무능력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청년들이 희망을 포기하기 전에, 사회가 먼저 젊은 세대를 버리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대 성격의 추상적인 규정이 아니라 더욱 절실한 것은 삶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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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관 세대' 띄우는 <조선>이 교묘하게 감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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