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골마을은 마을 지형이 활모양 같다 하여 활골이라 불린다.
조명신
충남 금산군 남이면 활골마을. 아내와 함께 시골로 내려온 지 정확히 1년 지났다. 처음 이곳에 와서는 급하게 달리던 모든 것들이 일순간 정지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속도를 되찾은 듯하다. 하지만 도시의 속도감과는 여전히 다르다. 때때로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기도 하니 단순히 '느리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도시에서 시골로 공간을 이동한 시간 여행자처럼 조금씩 시차에 적응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전입신고를 위해 찾은 면사무소에서 직원은 '왜 시골로 이사 왔는지'를 물었다. 낯선 도시인에게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집 주소를 말하자 누구 집인지, 마을에 연고가 있는지를 거쳐 농사를 지을 것인지, 뭘 하고 살 건지로 질문이 이어졌다. 전입신고는 무사히 끝났지만 질문은 그 이후로도 어디에서나 계속되었다. 동네 어르신들은 물론, 우체국 집배원이나 택배 배달원도 우리를 궁금해했다.
많은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오래 살까 – 혹은 버틸까 - 하는 것이었다. 처음 내려와 혹독한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추워서 다시 서울로 도망가면 안 되니 마을 사람들이 순번을 정해 불을 때워 주겠다는 농담을 건넨 어르신도 계셨다. 집주인인 선배가 우리 근황을 묻는 사람들에게 '여기서 3개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이야기를 3개월이 지난 후에 듣고 함께 웃었다.
1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살았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냈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 민망하지만, 버텨낸 시간에 대한 기쁨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일말의 자신감이 교차한다. 그렇다고 고통스럽게 이겨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것들을 마주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지난 한 해 동안 그러했듯 조금씩 배워갈 것이다.
시골에서의 삶은 자기 주도형 학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