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황유미 8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추모주간반도체,전자산업 피해노동자 증언대회에 증언 중인 김미선(삼성 LCD 근무, 다발성경화증 투병 중)
반올림
손경주씨의 일기에는 '덮어두고 가기엔 너무나 중요한' 기록이 있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원청인 삼성반도체로부터 작업지시·명령을 받으며 삼성직원들과 함께 일했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PM시에는 삼성 현업직원과 협력사직원간에 같이 업무를 수행함, 12라인 초기 SET UP시에는 PM품질 향상을 위하며 협력사 대표는 물론 관리소장도 현장에서 8시간 이상씩 매일 상주하면서 관리 … 관리소장은 인사, 노무, 현장관리와 현장 안전관리 규정도 삼성의 룰을 전적으로 통제받으며"라고 일기에 적혀있다.
지난 1월 16일 열린 삼성직업병 2차 조정위원회에서, 삼성전자는 협력업체 노동자가 보상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보상 자체가 회사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답차원의 위로금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협력사 직원은 이직이 잦아 인사나 근태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손경주씨가 남긴 일기를 보면 삼성전자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삼성반도체 협력업체 노동자가 반올림에 제보한 수는 16명뿐이다. 삼성전자 등 원청에서 근무하다 병을 얻은 사람이 300여 명인 걸 감안하면 매우 작은 숫자다.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는 "협력업체 노동자에서 직업병이 적은 건 피해가 경미해서가 아니"라며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과정이 원청 직원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점점 더 어려운 일들을 떠맡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손성배씨는 아버지가 남긴 기록이 '증거'라고 말했다.
"(삼성이 노동자를) 편하게 쓰려고 하청해 놓고, 이제 와선 책임이 없다고…, 삼성반도체 신규라인을 관리하는 일을 하셨는데 '기여한 게 없다'니 말이 되나요. 게다가 아버지가 남긴 기록도 거짓이라고 하고…, 가만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떠들고 다닐 겁니다."손씨는 아버지가 투병 중일 때 껴안고 울었던 일을 기억했다. 그의 아버지는 "엄마와 동생 앞에서는 울지 마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는 89년 제가 태어나던 날 담배를 끊으셨어요. 산부인과에서 마지막 담배를 태우고 끊었대요. 멋있는 사람이에요. 10km 마라톤도 하시고, 겨울 되면 스키도 타고. 강골이었어요. 요즘에 할아버지들이 유모차 끌고 지나가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해요. 우리 아버지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제가 손자를 낳았으면 아버지가 많이 좋아하셨을 텐데."이번 증언대회는 고 황유미 8주기 및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추모주간 행사 중 하나로, 2일(월) 삼성뇌종양 피해자 집단 산재신청에 이어 마련되었다. 반올림은 6일(금) 저녁 7시에는 삼성본관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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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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