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을 것 같은 시간인데도, 도서관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새 학기 새벽에 담은 광운대 중앙도서관 전경이다.
이영탁
"띠디디디디~ 띠디디디디~ 띠디디디디~"
"아, 시끄러워!" 소리를 더듬어 스마트폰을 찾는다. 이놈의 스마트폰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자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옆에 놔뒀는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스마트폰 알람은 계속해서 제멋대로 울려댄다. 침대 주변을 뒤척이다 결국 알람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귀가 찢어질 듯, 알람 소리로 가득했던 방 안은 순간 고요해졌다. 지금은 새벽 3시 반이다.
새벽 댓바람부터 벌어진 '생쇼'였다. 알람과의 전쟁에도 여전히 비몽사몽이다. 일찍 잤는데도 어깨를 짓누르듯 피곤하다. 그런데 다시 시계를 보니, 시침은 4시를 가리켰다. 순식간에 30분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알람을 끄고 나도 모르게 잠든 결과다. 5시까지 일터로 출근하려면 이제는 서둘러야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출근'에 지각하게 생겼다. 나는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촉박한 시간 탓에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하고, 부랴부랴 일터로 향한다. 새벽 4시 반 즈음의 세상은 은은한 별빛들로 물들어 있었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시간인데도, 저 멀리서 홀로 폐지를 줍는 할배와 거리에서 비질하는 환경미화원이 어렴풋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침 첫 손님들을 싣고 종착역으로 향하는 261번 버스도 내 옆을 지나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청소노동자가 되다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서일까. 가까스로 지각은 면했다. 하지만 오늘 하루 내 선배가 되어 줄 노동자들은 이미 근무 준비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다. 직장에 비유하면, 막내가 태평하게 꼴찌로 출근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한 노동자가 막 도착한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학생, 왔어요? 얼른 옷 갈아입고 일 시작합시다!"내가 일할 곳은 광운대 중앙도서관이다. 직무는 청소노동이다. 우선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청소노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밝히고 싶다. 나는 얼마 전 광운대를 졸업한 르포작가 지망생이다. 르포작가를 꿈꾸면서 내 르포의 첫 주인공으로 생각해왔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재학 시절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왔던 광운대 청소노동자다. 1년여 전 언론에서 비춰졌던 파업 때의 투사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이후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보는 평범한 청소노동자의 삶을 활자로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내가 청소노동자로 하루라도 살아봐야 노동자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 내 생각을 청소노동자들에게 밝히고 양해를 구해 이날 일일 청소노동자로, '금남'의 노동현장을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곳을 청소하는 노동자 중 유일한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