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등 문제 된 장관급 후보 4명, 물러나는 것이 정답

[주장] 고위층 준법의식 부재·도덕 불감증이 군납비리·원전비리의 원인

등록 2015.03.08 15:15수정 2015.03.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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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최대의 뉴스 메이커다.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전 국민이 선거로 뽑는 점에서 당연히 그렇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오늘날의 정치를 미디어정치라 한다. 대통령 당선도 대선 후보자가 TV, 인터넷 등 미디어에 어떻게 비춰지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국정원이 지난 2012년 대선 등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 국민을 상대로 불법적인 심리전을 자행한 것은 21세기 첨단 기술을 악용한 부정선거 범죄 행각이라 하겠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디어에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공개가 되어 항상 전 국민적 주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리더십은 너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법치와 윤리 확립에 솔선수범하면 일차적으로 공직사회나 전체 사회가 맑아지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미치는 교육적 효과도 막중하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사태가 심각해진다. 그 폐해는 이른바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이 흐리게 된다는 속담에 잘 표현되어 있다. 얼마 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큰돈을 벌 수 있다면 몇 년 정도는 감옥에 가는 것도 괜찮다는 답변이 다수였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이들 청소년들이 장난삼아 답변한 것인지 여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어른들을 보고 배우는 학생들이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면 큰일이다.

한국사회의 부정부패는 OECD 국가 중 가장 심한 국가의 하나에 속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대한 법률'(김영란법)이 만들어져 관행처럼 굳어진 부정부패 행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 법에 대해 위헌 가능성 등의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주로 가진 것이 많은 부류라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씁쓸하다. 세월호 참사, 군납비리, 원전납품 비리 등을 통해 '관피아' 등으로 인한 사회적 부패 구조가 정말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김영란법이 더욱 강화되어 시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김영란법 논란이 미 대사 피습 사건으로 쑥 들어가 버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급 후보자들의 청문회가 곧 시작된다. 이들 6명의 후보자 가운데 4명이 위장전입 범법 사실을 시인하고 논문표절, 병역 문제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 민주화의 한 방법으로 공직자 임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청문회 제도가 도입되어 이제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그런데 청문회의 주인공들이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의 전력이 들어나도 사과하는 선에서 걸러지는 기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장관 후보 등은 문제가 되면TV를 통해 '자녀 교육을 위해' '아내가 한 일' 등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전 국민을 상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처세가 최상'이라는 부정부패 예비 교육을 실시하는 꼴이 되고 있다. 위장전입의 경우 너도나도 저지른 것으로 들어나면서 '서민은 위법이고 장관은 능력인가?'라는 비아냥이 나오자 현 정부 내에서 청문회가 신상문제를 다룰 때는 비공개로 하자는 등의 주장을 내놓는 철면피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청문회를 통해 내노라 하는 인사들이 범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사과정도로 지나가는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범죄이다. 이 법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람이 5천 여 명이 된다고 하는데 현 정권 들어 적지 않은 고위직 인사들이 사과하고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범죄 행각에 대한 면죄부를 손에 넣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 장상 당시 국무총리 내정자, 장대환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참여 정부 때에는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 최영도 전 인권위원장이 자신 또는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위장전입 전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위직 인사들의 임용이 강행되었고 그런 흐름은 현 정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를 보면 원전납품 비리, 군납비리는 물론 소방관 소방복 납품 비리처럼 남의 생명,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면서까지 불법행위로 돈을 챙기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엄청난 범죄행각이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분야에서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고위직이 위장전입, 병역문제 등을 저지르고도 승승장구하는 일이 벌이는 것과 절대 무관치 않다. 관피아 등이 중심이 된 화이트칼라의 부정부패와 범죄 행각이 갈 데까지 간 막장 사회로 전락한 것은 고위공직자들의 준법의식이 희박한 관행으로 굳어진 필연적인 결과다.

군납비리는 이적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된 상태지만 아직 이 사회는 도처에 제도적으로 불법 행위를 막는데 미흡하거나 심지어 조장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기업의 불법담합행위 등에 대한 과징금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전체 매출의 10% 정도라서 기업들은 너도나도 기회만 있으면 담합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정부나 국회는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서 기업이 부당한 방법으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할 터인데 이런 움직임은 아직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고법에서 법정구속 된 대선 불법 선거 의혹은 대법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겠지만 아직 청와대 등에서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의사 표시가 전혀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초등학교에서도 반장 부정선거면 반장을 다시 뽑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데도 어른들은 딴 나라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꼴이다. 이런 모습을 청소년들이 어떤 식으로 보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우리 속담에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다. 그릇된 일을 자꾸 하다보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교훈이다. 지배구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고위직들이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고위공직자가 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등의 범법 사실이 드러나는데도 '통과'되는 일부터 바로 잡혀야 한다.

여야가 청문회장에서 핏대를 올리고 있지만 이는 그런 후보자를 임명한 대통령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후보를 지명하기 전에 인사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후보 지명 후 문제가 생기면 지명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렇게 해야 공직 사회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준법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인식을 지니게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지명된 장관급 후보자 가운데 위장전입 등의 불법행위가 드러난 경우는 자진사퇴하든가, 아니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 여전한 것은 바로 대통령과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준법 의식, 창피한 줄을 모르는 도덕무감각증의 탓이 아닌가 반성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 등에 실렸습니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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