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이 먹는 식혜와 물김치가 있다고?

[짱짱의 농사일기 30] 작물의 영양 음료, 액비 만들기

등록 2015.03.10 16:26수정 2015.03.10 16:2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어머니가 만든 식혜와 물김치 ⓒ 오창균


어머니는 명절 때마다 달콤한 식혜와 무, 배추를 썰어 넣은 시원한 물김치를 담근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명절에 한 사발 들이키면 느끼함을 씻어주는 소화제와 같고,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


농사에는 식혜와 물김치 같은 발효와 숙성을 거친 천연 비료가 있다. 물로 만든 액체 비료 즉, 액비(液肥)라고 부른다.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부숙시켜 흙의 지력을 높여주는 것이 퇴비라고 한다면, 액비는 산소가 없는 상태를 좋아하는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의 발효와 숙성으로 작물에 직접 영양분을 공급하는 비료가 된다.

액비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쉽다. 탄소가 많은 유기물로 만드는 것이 좋은 퇴비라고 한다면, 액비는 질소와 칼슘을 비롯해 다양한 영양분을 가진 재료를 선택해 만들 수 있다. 물에 희석해 작물에 직접 살포하면 기공을 통해서 흡수하거나, 흙 속으로 스며들게 해 뿌리로부터 흡수하게 한다.

액비 재료는 주변을 둘러보면 지천으로 깔려 있을 만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산야초로 불리는 다양한 야생풀을 비롯해 밭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각각의 풀마다 가진 성분과 효능에 따라 선별해 쓸 수도 있고, 여러 종류의 풀을 섞어 만들면 산야초 액비가 된다.

돌고 도는 순환, 작물 액비

a

작물액비 농사는 버릴것이 없다. 점차 분해되어 맑은 액비만 남는다(오른쪽) ⓒ 오창균


농사를 짓다 보면 곤충 피해를 입거나 생육 장애로 품질이 떨어져 버려야 하는 농산물이 나온다. 이것들은 하나도 버릴것이 없는 작물 액비가 된다. 신토불이(身土不二)와 같은 작물 액비는 밭에서 나온 농작물을 액비로 만들어 다시 작물로 되돌려주는 유기 순환 농사가 된다. 부작용이 없고 안전하며 꼭 필요로 하는 양분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고추만 모아서 고추 농사에 쓰는 고추 액비, 토마토를 모아서 만든 토마토 액비가 있는것처럼, 작물을 선별해 만들면 해당 작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더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물론, 여러 작물을 한 번에 모아 만들어도 다양한 영양분이 종합적으로 들어있는 복합 액비가 된다.

액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을 담을 수 있는 큰 물통이 필요하다. 억센 줄기나 마른 풀은 완전히 분해가 잘 안 되므로 포대 자루에 넣어주면 우려낸 액비를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수분이 많은 상태의 농작물은 분해가 쉽게 되므로 통에 그대로 담아주면 된다.

재료를 물통에 넣고 물을 가득 채워주면 기본적인 액비 만들기는 완성됐다. 작물 액비를 만들때는 한 번에 많은 양이 없으면 생길 때마다 수시로 통 속에 넣어주고 뚜껑을 닫아 둔다. 다만 부패할 수 있으므로 천일염(소금)을 조금씩 뿌려주면서 재료를 채워주면 된다.

액비는 재료에 물을 넣어주기만 하면 자연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쳐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분해되는 시간을 줄이고 다양한 미생물을 증식해 여러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액비를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식혜와 물김치를 만드는 원리와 같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식혜는 도정을 하지 않은 겉보리의 싹을 틔워 발효한 엿기름으로 만들었다. 물김치는 천일염 소금을 넣어 만든 것으로 둘 다 미생물의 분해 활동으로 발효된 것이다.

3개월 이상 발효, 물에 희석해 사용

a

깻묵과 한약찌꺼로 만든 액비(왼쪽),산야초 풀 액비(오른쪽) ⓒ 오창균


식혜 액비는 엿기름 대신 설탕이 들어간다. 항아리나 통안에 풀이나 농작물을 넣고 설탕을 재료와 1:1 비율로 섞어서 3개월 이상 발효하면 된다. 부엽토를 비롯해 다양한 미생물을 추가해 발효해도 된다. 이 과정은 매실이나 과일을 이용해 만드는 발효 과정으로 효소를 만드는 것과 같다. 발효가 끝나면 액체 상태의 식혜를 걸러낸 후,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서 사용할 때는 물과 희석해 작물에 직접 뿌려준다.

물김치와 같은 액비는 재료와 물을 넣은 후 천일염을 넣어 발효를 한다. 물통 100리터에 만든다면 천일염은 1% 정도의 비율인 1kg를 넣어주면 된다. 천일염 대신 바닷물을 넣어도 된다. 식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미생물을 추가로 넣어줘도 좋고,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설탕 또는 당밀을 1% 정도 넣어주면 발효를 촉진한다.

발효 과정에서 약간의 냄새가 발생하므로 뚜껑을 덮거나 비닐로 밀봉해 3개월 이상 숙성을 한다. 물과 희석해 사용하며 재료와 숙성 농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0~500배의 물에 희석하여 사용하면 된다. 집에서 건강을 위해 먹는 효소와 식초도 농작물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므로 적절히 사용해도 된다.
#액비 #식혜 #물김치 #엿기름 #미생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