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오후 서울 김군의 집 앞
연합뉴스
김군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집에서 생활해왔다. 18살 겨울, 김군은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마음을 잡고 돌아와서 착실히 검정고시 준비를 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7박 8일 일정으로 터키 여행길에 오른 김군은 터키 남부도시 킬리스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시리아로 건너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IS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IS의 행보와 잔혹함은 한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난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런 IS에 대한민국 최초로, 그것도 청소년이 스스로 IS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IS를 자긍심과 모험심의 도구로 여기고 스스로 발을 들이는 10대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IS는 SNS를 통해 10대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초지만 미 대륙과 유럽 등 전 세계 각지의 젊은이들이 IS에 합류한다.
김군은 SNS를 통해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그리고 IS 측과 소통하며 꽤 오랜 시간 시리아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김군은 페미니스트가 싫어 IS가 좋다고 했다. 이 나라와 가족을 떠나고 싶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기에 떠나고 싶다고 했다. 김군이 한국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면서 어떤 차별을 받았는지, 가족과의 관계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그는 무언가 힘겨워했다는 것이다.
김군은 왜 IS에 끌렸을까그리고 그때 그의 관심에 응하며 소통한 것은 IS다. IS는 김군이 남긴 글에 답글을 달며 관계를 형성해갔다. 그렇기에 IS에 대한 관심과 친근함이 깊어지고, 시리아행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집단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며 김군은 IS에 더 빠져들었을 것이다.
나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한동안 쓸쓸하게 지내본 적이 있다. 학교를 다니는 것도 지쳤지만 집에 혼자 있는 것도 힘들었다. 늘 짧게 느껴진 24시간은 너무 길었다. 자퇴 초기에 느낀 해방감과 여유는 오히려 나를 더 숨 막히게 했다. 당당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위축되며 가족들 눈치가 보였다. 한두 달 짧은 기간이었지만 걷잡을 수 없는 외로움, 불안감, 우울과 분노를 느끼며 무기력해졌고 삶에 대한 회의까지 느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활동을 시작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비로소 안정과 활력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 김군은 비틀거렸을 것이다. 그리고 소통의 통로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김군의 행보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음 아픈 일이다. 그리고 김군을 비난하는 것만으로 나아질 것이 없고 문제의식을 가져야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김군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 오네. '종북 몰이'를 당한 누구에게 덩달아 돌팔매를 날린 누구를 생각해도 짠하네. '무함마드를 조롱할 자유를 달라'고 외치는 유럽의 젊은이들을 생각해도 가슴이 막혀 오네(옆에 누구는 무슬림 차별에 눈을 떠서 시리아로 찾아가는데 말이다). 이 모두는 자기 앞날이 캄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눈먼 몸부림이 아닌가. "여기, 사람답게 살아갈 좋은 길이 있소! 이쪽으로 오시오!" 하고 말을 건넬 준비가 돼 있지 못한 우리는 그래서 우리 자신을 깎아내릴 수밖에 없네. "김군, 미안하오!" 하고 말일세.- 전교조 홈페이지에 실린 어느 선생님의 편지 중에서
비틀거리는 젊은이들에게 귀 기울여주는 따뜻한 안식처가 있었던가. 많은 언론에서 김군을 중학교를 자퇴하고 집에서 생활해온 '은둔형 외톨이'라고 표현한다. 김군은 스스로를 사회에서 격리시켰다. 사회에서는 그를 '은둔형 외톨이'하고 표현하며 이중으로 격리시킨다.
비틀거리는 젊은이들이 기댈 곳?탈학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악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유자살롱'에서는 탈학교 비활동 청소년을 '무중력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탈학교 후 6개월 이상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집 밖으로 나오기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은둔형 외톨이' 역시 6개월 이상 외부와 접촉하지 않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와닿는 의미는 분명 다르다. '무중력'이라는 표현엔 아직 강한 중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무기력한 것이며, 세상을 향한 끌림인 중력을 찾으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은둔을 병적인 것으로, 그리고 사회 부적응자로 치부하는 것과 분명 다르다.
집에 홀로 남겨진 청소년들은 교육, 복지, 가족,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소외된다. 그리고 관계 부적응 청소년의 경우 현실적으로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을 찾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무중력 상태의 학생에게 삶의 의미를 찾아주고 성장하게 해주고 있는가. 문제아로 취급하며 격리시키는 분위기의 사회는 책임을 느끼고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소통의 통로가 없었던 김군의 부정적인 행보와 폭력의 악순환은 안타깝고 답답하다. 더 이상 무자비한 극단주의에 마음이 휩쓸리는 젊은이들이 없도록 보호하고 교육하는 것이 시급하지 않을까? 부정적인 행보는 IS행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비틀거리고 옳지 못한 길로 빠지는 이들을 모두 내치며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그들과 소통하고 공존할 것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벽을 허물고 손을 내밀어주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몫일 것이다.
김군이 IS에 발을 들인지 두 달 가까이 되어간다. 그 사이, 그리고 지금 김군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번지수 제대로 찾았다며 만족하고 행복해하고 있을까? 자신의 선택과 행보가 옳다고 확신하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김군이 돌아올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무언가 깨닫는다면, 어머니의 바람대로 몸도 마음도 건강히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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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가담' 김군을 보며 '무중력 청소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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