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축제에서 개고기 판매... 이러자는 겁니까?

[주장] 고래고기 파는 울산고래축제... 문화관광부 유망 축제에서도 제외

등록 2015.03.13 15:21수정 2015.03.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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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고래축제가 올해 전국 유망 축제에서 제외됐다는 발표가 얼마 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문화관광축제' 선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그 이유로 고래축제의 콘텐츠와 정체성 부족이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른바 '축제일몰제'라는 제도에 따라 상위 등급으로 승급하지 못한 고래축제를 올해 지원 대상에서 퇴출시켰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울산고래축제가 이제는 뜨는 축제가 아니라 지는 축제가 된 것이다.

고래축제는 왜 '지는 축제' 됐나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어 보인다. 울산은 '고래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곳곳에는 고래고기를 파는 식당들이 널려 있고,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생태설명회를 빙자한 사실상의 돌고래쇼가 연일 열린다. 고래잡이의 향수라도 자극하겠다는 심산인지, 모형 포경선도 가져다 놓았다. 올해 5월 개장한다는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서는 심지어 고래해체장까지 들어설 전망이다. 그리고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울산고래축제가 열린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만약 애견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개고기를 판다면? 개를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동물쇼를 시킨다면? 애견인들이 모인 곳에서 개사냥을 부추긴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지금 울산고래축제가 이런 모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고래를 내세우는 고래축제가 실제로는 '고래고기', '고래쇼', '고래잡이'에 매몰돼 있는 셈이다. 가히 동물학대 3종세트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고래잡이를 재현하는 울산고래축제 울산고래축제에서는 고래잡이 재현이 주된 테마 가운데 하나다.

고래잡이를 재현하는 울산고래축제 울산고래축제에서는 고래잡이 재현이 주된 테마 가운데 하나다. ⓒ 울산고래축제


이와 같은 일이 생긴 것은 울산고래축제가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고래에 관한 모든 것들을 잡다하게 전시해 놓았지만, 거기에는 명확한 주제의식이 없다. 그저 '옛날에는 이 지역에 고래가 많았지', '울산 장생포가 예전에는 포경 전진기지였어. 돈도 잘 벌었고, 인구도 많았는데...' 라는 식의 옛날 기억이나 되새김질 하고 있을 뿐이다. '고래에 관한 모든 것들을 늘어놓은 채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고래축제는 지는 축제가 돼버린 것이다.

멕시코 앞바다 찾아오는 귀신고래들

지금은 옛날과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나친 포획으로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했고,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보호되고 있다. '예전에 울산과 포항 앞바다에 그렇게 많았다던 대형 고래들이 왜 지금은 모두 사라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는가? 결국 고래도시 울산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 고래를 잡아죽이던 도시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생태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다.


매년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 앞바다를 찾는 '귀신고래'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귀신고래들은 북극해에서 여름을 보내며 먹이활동을 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따뜻한 바다로 내래와 새끼를 낳는다. 이 태평양 귀신고래들을 보러 해마다 미국 서해안과 멕시코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그 관광객들은 고래고기를 먹거나, 고래쇼를 보거나 포경선에서 작살로 고래를 어떻게 잡는가 보러 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포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생명들이 바다에서 펼치는 장엄한 몸짓을 보러 오는 것이다.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희귀한 생명체들의 슬픈 연주곡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고 커다란 울림을 주는 것이다.


울산시도 이젠 불법 포경을 앞장서서 막겠다는 선언을 해보면 어떨까? 울산고래축제에서 과거의 적폐를 바로잡고, 잘못된 인습과 절연한다는 의미에서 고래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시민 약속 캠페인을 진행해보면 어떨까? 고래 사체의 개인 판매를 허용하는 현행 '해양수산부 고래고시'를 개정해 고래 혼획을 줄이자는 운동에 울산 남구가 나서보면 시민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지 않을까?

제주도 월정리 앞에서 발견된 밍크고래 2014년 1월 제주도 월정리 바다에서 밍크고래 사체가 발견되었다. 이 밍크고래는 경매에 부쳐져 울산으로 팔려갔다.

제주도 월정리 앞에서 발견된 밍크고래 2014년 1월 제주도 월정리 바다에서 밍크고래 사체가 발견되었다. 이 밍크고래는 경매에 부쳐져 울산으로 팔려갔다. ⓒ 핫핑크돌핀스


일본 타이지에서 잡혀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 갇혀 있는 큰돌고래 '장꽃분'이 약 1년 전 출산한 새끼 큰돌고래는 세상에 나온 지 겨우 사흘 만에 폐사하고 말았다. 좁은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의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통이 원인이다. 울산고래축제가 진심으로 돌고래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을 갖는다면 지금보다 큰 감동을 주는 축제로 승격할 수 있을 것이다.

희박한 가능성이긴 하지만 어쩌면 귀신고래가 동해안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우리는 바다 생태계가 살아나서 귀신고래, 참고래, 대왕고래, 혹등고래, 긴수염고래 등 한국 해역을 주름잡던 고래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때 우리는 어떤 입장에서 돌아온 희귀종 고래들을 맞이할 것인가? 지금과 같은 울산고래축제가 계속된다면 고래들은 다시 찾아오고 싶어할까? 

고래도시를 표방하는 울산은 고래를 그저 인간의 욕구에 따라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울산이 고래들을 귀중한 친구로 대접할 때 비로소 고래들이 되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포경과 고래고기는 이제는 사라져야 할 잘못된 전통이다. 과거 20세기 전반기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에 가까이서 구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그리고 고래기름을 만들기 위해 무분별하게 포경이 이뤄졌다. 지금처럼 먹거리도 넘쳐나는 상황에서 멸종에 처한 고래까지 굳이 먹을 이유가 없다.

이런 인습을 과감히 없애 나간다면 울산이 고래보호의 선구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야 말로 환경이 되살아 나는 생태도시 울산에도 부합할 것이다. 앞으로 고래축제가 작살이나 고래해체장, 고래고기 등 혐오스런 '고래학대 3종 세트' 대신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만끽하는 자연생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고래는 먹는 생선이 아닙니다  핫핑크돌핀스가 제작한 고래보호 이미지입니다. "고래는 먹는 생선이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우리의 친구입니다"

고래는 먹는 생선이 아닙니다 핫핑크돌핀스가 제작한 고래보호 이미지입니다. "고래는 먹는 생선이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우리의 친구입니다" ⓒ 핫핑크돌핀스


덧붙이는 글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활동가가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핫핑크돌핀스 #고래고기 #포경 #고래축제 #돌고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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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고래류 등 멸종위기 해양생태계 보호와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더불이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돌고래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면 인간들도 행복할 것입니다. 핫핑크돌핀스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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