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완-박소담 예비부부의 웨딩촬영. 사진사 없이 리모컨으로 촬영한 100% 셀프 웨딩 사진이다.
나승완
안녕하세요. 지인들의 결혼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저는 다음달 초 신부 박소담과의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입니다. 3개월 전 몇 군데 스튜디오를 둘러본 후 마음에 든 한 스튜디오와 소위 '스드메 패키지'로 계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으레 결혼식 전에 찍는 웨딩사진은 촬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문 업체에 맡기면 더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겠지만, 예비신부와 '사진작가 없이 웨딩사진을 찍기'로 했거든요.
결혼사진 업체에서 찍어주는 판에 박힌 배경, 판에 박힌 구도가 싫었습니다. 나름 상업화된 결혼식 풍토에 저항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달까요? 저희 예비 부부는 최소한 돈 들이지 않고, 나름 내실 있는 결혼식을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예비신부는 사진 찍어주는 사람도 없이, 어떻게 그냥 사진도 아니고 웨딩 사진을 찍을 수 있겠냐 의아해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찍을 수 있다며 설득했습니다. 덕분에 결혼식장을 패키지로 예약할 때 식전 사진은 찍지 않겠다고 해 바로 40만 원을 아낄 수 있었죠. 예비신부에게는 웃으며 40만 원어치 옷을 사라고 했습니다.
리모컨으로 웨딩사진을... 과연 가능할까요하지만 촬영하기로 한 날을 2주 남겨두고서야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셀프웨딩' 사진을 선호하는 젊은 커플들이 늘어났다고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웨딩 커플들을 위한 렌탈 스튜디오도 많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웬걸. 제가 사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모든 스튜디오는 아기 전용 스튜디오뿐이었고, 저희 예비신혼부부들이 찍을 만한 스튜디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정한 의미의 '셀프'로 웨딩사진을 찍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셀프 사진은 삼각대를 놓고 직접 자기 자신을 스스로 찍는 것이었는데, 웨딩 사진을 이렇게 찍는 사람은 드물었던 거죠. 당연히 이런 사람들을 위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스튜디오조차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웨딩 사진에 있어서 '셀프'란 신랑 신부가 전문 사진가를 고용한 후 주로 야외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포즈로 찍는 사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서툴거나 어색하더라도, 전문사진가가 아닌 친한 지인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예비 부부들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과 업체를 통해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다를 겁니다. 남들과 다른 결혼식을 만들어야겠다 마음먹었던 터라, 지인들과 함께 웨딩사진을 촬영해볼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지인들과 사진을 찍더라도, 일단 저희 예비 부부 둘만을 위한 웨딩사진을 먼저 촬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고생스럽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셀프'사진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에도 마땅한 촬영 장소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3월의 야외는 아직 추위도 덜 풀린 데다 나무나 꽃이 우거진 장소 또한 찾기 힘들었거든요.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 숲이 그나마 배경으론 괜찮은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대나무가 주는 청량한 느낌이 저희가 원하는 화사함이나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어 야외 촬영은 결국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