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8일 밤, 김신혜는 고모부 집으로 가 친척들과 잠시 함께 있었다. 당시 그 집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고모부-김신혜 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류정화
정리하면, 그는 김신혜에게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고만 들었을 뿐이다. 2000년 3월 8일 오후 11시 20분께 완도 대성병원 장례식장 휴게실에서 말이다. 그는 범행 이유와 수단은 묻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식을 강조했다. 자, 그럼 이제 김정한씨가 경찰서에서는 어떻게 진술했는지 보자. 그는 김신혜가 체포된 다음날인 3월 9일 완도경찰서에서 참고인 진술을 했다.
- 김신혜가 최초로 당신에게 (아버지를 죽였다고) 자백을 했나요?"예, 그렇습니다."
(중략)
- 아버지를 죽인 동기가 뭐라고 하던가요?"평소에 주벽이 심하고 자식들을 너무 괴롭혀서 그랬다고 하였습니다."
- 그외 다른 이유는 말하지 않던가요?"막내 동생인 수현이(여·가명)를 성추행했다는 말을 듣고 분개했다고 말했습니다."
-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아버지를 죽였다고 하던가요?"자수하겠다는 신혜를 보고 자세히 묻기도 싫었지만, 그때 (신혜가) 말하기를 수면제 30알을 먹여서 죽게 했다고 들었습니다."
- 죽은 후 완도군 OO리에 사체를 유기했다고 말하던가요?"예, 그렇게 시인하였습니다."
경찰 참고인 진술조서를 보면 고모부는 김신혜에게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수단·사체 유기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그런데 그는 왜 이제와서 그런 걸 듣지 못했다고 하는 걸까. 사건 이후 15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져서?
그렇게만 보기 어렵다. 처조카 김신혜의 범행 자백을 들었다는 고모부 김씨의 발언은 사건 당시부터 일관되지 않았다. 이번엔 그가 2000년 3월 21일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에서 한 이야기를 보자. 그는 경찰에서 했던 것과 전혀 다른 말을 검사에게 한다.
- 김신혜에게 자기 아버지를 왜 죽였는지 물어보았나요?"물어보지 못했습니다."
- 김신혜에게 자기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먹여 죽인 다음 OO리 버스승강장 부근에 버렸는지 물어보지 않았나요?"김신혜가 자기 아버지를 수면제를 먹여 죽였다고 했으므로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을 물어볼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중략)"
완전히 달라진 증언. 경찰, 검찰에서 한 그의 증언 중 하나는 거짓이다. 진실은 뭘까? 그는 정말 김신혜에게 자백을 들었을까? 그의 거짓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모부 김씨가 김신혜의 자백을 들었다는 시각은 2000년 3월 8일 오후 11시 20분께. 어찌된 일인지, 그는 경찰서가 아닌 자신의 집으로 김신혜를 데려간다. 김신혜 큰아버지 김용철(가명), 친척 이용구(가명), 김신혜의 여동생 수현(가명)과 함께 말이다. 집에는 그의 아내 김은정(가명. 김신혜 고모)이 있었다. 총 6명이 한 방에 있게 된 상황. 고모부 김씨는 여기서도 김신혜가 자백했다고 주장한다. 검사가 그에게 물었다.
- 집에 가서 김신혜와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제가 김신혜에게 '정말 수면제를 먹여 아버지를 죽였냐'라고 물으니까 '그렇다'고 하였고….(중략)"
하지만 김씨는 그해 6월 27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또 말을 바꾼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그에게 검사와 변호사가 각각 물었다.
- 검사 : 집에서 다시 피고인에게 아버지를 약으로 살해했느냐고 물었나요?"집에서는 물어보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특별히 없고 그냥 급한 마음에 자정을 넘기지 않고 빨리 자수를 시켜야 된다는 생각에 물어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 변호사 : 그때 (집에서) 피고인은 무엇이라고 자백을 하였나요?"저는 현관 문 밖에서 앉아 있었고, 방안에서 피고인이 뭐라고 말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분명히 경찰에서는 김신혜에게 수면제 관련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이를 뒤집었다. 역시 검찰, 법원에서 한 증언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이상한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건 발생 1년 뒤인 2001년 SBS <뉴스추적>은 김신혜 사건을 다뤘다. 그때 취재팀이 고모부에게 "신혜씨가 '내가 아버지를 죽였어요'라는 말을 (당신에게) 했나요?라고 물었다. 그의 답은 이렇다.
"그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