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에서 받아 온 빨간 띠요즘 1품 승단시험을 앞두고 평일은 물론 토요일에도 도장에 나간다. 오늘은 사범님께 빨간 띠를 받았다고 자랑한다. 사진도 찍어달라고 조르길래 한 방 찍어줬다.
김승한
사진을 찍어주자마자 바로 동생과 함께 안방으로 쏙 들어간다. 또 뭔가 재밌는 거리를 발견했나 보다. 방에서 동생과 장난감 놀이를 하는지 시끌시끌하다.
작년보다 확실히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작년엔 첫째가 수업 끝나면 돌봄 교실에 방과 후 수업을 받다가 보습학원으로 갔다. 그렇게 스트레스 받은 머리를 태권도장에 가서 식히고 집에 오면 학교에서 내준 서너 개의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죽하면 '나는 왜 만날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하냐'고 투덜댔을까.
숙제도 줄고 보습학원도 안 가니 늘어난 건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가끔 스마트폰에 빠져 아내와 내게 꾸지람 받는 것 외에는 나도 한 시간 반 이상을 아이들과 함께 논다. 태권도 1품 승단 시험 준비하느라 배운 여러 가지 동작들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하고 동생에게 상급 코스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리고 미술학원에서 배운 그림이나 만들기, 종이접기 등을 하며 아빠와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둘째도 덩달아 형을 따라 하게 된다. 물론 같이 놀다 금세 싸우고 토라지는 게 일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2학년인 지금엔 태권도장에 갔다가 저녁에 집에 오면, 일기 쓰기 정도와 어쩌다 독후감상문 작성하는 정도 외엔 숙제도 거의 없다. 오히려 1학년 이었던 작년보다 학습량이 더 적어진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의 교육방침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아이가 1학년 때와 비교해서 아무래도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 얼굴도 밝아지고 여유도 생긴 것 같다. 덕택에 아빠와 어울리는 시간도 많아졌다.
물론 부로모서 선행학습이나 추가 수업을 받지 못하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많이 뒤처질까 염려도 된다. 그러나 아빠인 나는 지금이 좋다. 정규수업에 집중하고 간간이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 빠뜨리지 않고, 아이들과 책도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본 학습능력은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주위에는 초등생이지만 영어교육을 위해 방학 동안 해외에 나갔다 오는 이들도 있다. 어떤 아이는 학습 이해도가 높아 우리 아이와는 견줄 수도 없을 만큼 성적이 좋다. 거기에 영어와 수학, 논술 학원을 전전하며 밤이 돼서야 집에 오는 아이들도 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 10시나 11시까지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학부모로서 공부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너무 아이가 편한 데로 봐주다가 정작 필요한 시기에 적당한 자극을 주지 못해 나중에 원망을 들을까 고민도 된다. 그래도 아내와 상의하여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방관하지 않고 대화를 많이 하며 아이와 유대관계를 높이고,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백지에서 시작하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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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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