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망 사고의 최초 고발자, 김재량(24)씨. 그를 지난 5일부터 6일, 이틀간 그가 살고 있는 부산에서 만났다. 지난해 4월, 상병이던 김씨는 가해병사 지아무개(22세) 상병의 자백을 듣고 포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폭행 사실을 처음 알렸다. 지난해 12월에는 참여연대가 주는 ‘의인상’을 받기도 했다.
정민규
3월 5일 정오경, 부산 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에서 김재량씨를 만났다. 어색하게 걸어오는 그는 건장한 20대 청년이었다. 군인 시절 빡빡 밀었을 머리카락은 그 사이 살짝 자라 있었고, 얼굴에 남아있는 여드름 자국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김씨는 군대에서부터 썼던 검정색 뿔테 안경을 아직 쓰고 있었다. 대부분의 군인들은 '튀면 안 된다'는 이유로 검정색 뿔테 안경을 주로 착용한다.
그와 마주앉아 돼지국밥을 먹었다. 저녁에는 횟집에서 소주잔도 기울였다. 두 남자가 만났고, 끝을 알 수 없는 군대 얘기가 시작됐다. 기자와 김씨의 군번은 6년 차이가 나지만, 같은 포병 출신이라 말이 잘 통했다. 기자가 군 생활을 하던 2008년 신인 걸그룹 '카라'와 2014년 김씨와 전우들을 설레게 했던 '레이디스코드' 얘기가 나오자 서로 경쟁을 하듯 목소리가 커졌다. 두 예비역의 군대 이야기는 그렇게 무르익어갔다.
1992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재량씨는 2011년 경주의 한 전문대학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2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다가 2013년 4월 16일, 스물두 살의 나이로 306보충대에 입대했다. 입대 후 1년 동안 그의 군 생활은 평범하게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6일, 의무반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부대의 정적을 깨면서 그의 군 생활도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 윤 일병에 대한 폭행 사실을 포대장에게 최초 보고했습니다. 그 이후 많이 힘들었을텐데, 부모님에게도 그런 사실을 말씀 드렸나요? 반응이 어땠어요?"어머니가 전화로 '왜 그랬냐', '굳이 왜 얘기해서 그 무거운 짐을 지고 가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머니 입장에서는 당연한 걱정이었던 것 같아요. 아들이 그런 일 끌어안고 살길 바라는 어머니는 없겠지요."
- 어머님의 반응이 서운했겠어요. 부대에서도 외로웠을 텐데. "처음에는 서운해서 아들한테 그런 말 하지 마시라고 했어요. 그러고 나서 일주일 뒤에 전화했는데 어머니가 '내가 생각이 짧았다',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해라'고 하시면서 위로해주시더라고요. 전역 한 달 앞뒀을 때는 참여연대가 주는 의인상 수상자로 뽑혀서 시상식에 갔어요.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셔서 큰 격려가 됐어요."
- 지금 후회하지 않나요?"제가 참 겁이 없었어요. 오히려 빨리 신고하지 않은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네요."
[그의 미래] "승주같이 자기 목소리 못 내는 사람들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