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억지로 끌려간 노래방에서, 유 부장은 보란 듯이 여성 도우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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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강압적인 조직문화였다.
회식하던 날 유 부장이 정씨에게 여성 도우미가 나오는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기독교 신자인 정씨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못 가겠다고 거부했다. 그러자 유 부장은 표정을 바꿨다. 정씨는 버텼지만, 두고 보자는 식으로 을러댔다.
결국 억지로 끌려간 노래방에서, 유 부장은 보란 듯이 여성 도우미를 불렀다. 한두 달 새 유 부장은 수백 만 원이 넘는 노래방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회사가 비상경영체제라며 긴축경영을 하던 시기였다.
유 부장은 근무지를 이탈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포스코그룹 전 계열사의 동반성장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1박2일 워크숍이 열렸다. 유 부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씨가 전화를 하자 저녁에 가겠다고 답했다. 저녁에 다시 전화했더니 다음 날 아침에 오겠다고 했다.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함구를 부탁했다.
"다른 직원들에게는 알리지 마라."[만연한 관행] 팀장 마음대로... 쌈짓돈이 된 시간외수당
포스메이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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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포스메이트는 포스코 그룹의 한 계열사로 포스코 그룹 내의 부동산 임대 및 관리, 시설물 관리, 실내건축·기계·전기공사업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1990년 12월 퇴직 임직원들의 모임인 '포스코동우회'가 설립, (주)포우진흥으로 출발했다가 2006년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포스메이트로 상호가 바뀌었다.
금융감독원 전자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포스코가 회사의 최대주주로 지분 57.2%, 포스코동우회가 31.7%, (주)포스코건설이 11.0% 보유하고 있다. 본사는 서울 대치동에 있으며 임직원은 680여 명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회사가 내부거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했다는 점을 포착했다. 포스코그룹의 내부거래에 힘입어 회사의 매출액이 2009년 822억 원에서 2013년 1184억 원으로 44%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포스메이트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여하는 등의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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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시간외수당을 부정하게 받았다. 근무 여부와 상관없이, 한 달에 기본 15시간의 시간외수당을 받은 것이다. 2009년에 이미 포스코 본사가 제도 개선을 지시했지만 포스메이트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수당이 불평등하게 지급됐다는 점이다.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일지에 수기로 시간을 작성해야 하는데, 각 부서 팀장이 임의로 시간을 적용했다. 직원의 실제 시간외근무가 1시간이라고 해도 팀장이 담당 직원에게 '20시간 더 올려' 하고 말만 하면 그대로 지급됐다.
시간외수당 결재 처리 부서인 인사팀 직원들의 시간외수당은 특히 더 높았다. 정기 감사 때문에 일주일을 밤새우다시피 일한 정씨보다 하루도 야근을 안 한 직원의 급여가 더 많았다.
정씨는 책에서 봤던 한 실험을 떠올렸다. 두 칸으로 나뉜 우리에 원숭이를 한 마리씩 길렀다. 가운데 칸막이가 유리로 돼 있어 원숭이들은 서로 볼 수 있다. 오른쪽 원숭이에게는 한 개의 바나나를 주고, 왼쪽 원숭이에게는 두 개를 줬다. 며칠 지나자 한 개를 받은 원숭이가 바나나를 안 먹고 유리벽에 집에 던졌다. 정씨는 생각했다.
'부당한 처우라는 것은 인간만이 이성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동물들도 부당한 처우에 불만을 표출하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나?'전 직원들의 사원증 뒷면에 있는 '기업윤리 자가진단표'에는 '지금 하는 행동이 공개되어도 부끄럽지 않은가', '시간과 권한을 회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가' 등 다섯 가지의 질문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런 물음들은 유명무실했다. 직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또는 보복이 두려워서 눈을 감았다.
[최초 신고] '내가 도망치면 누군가가 또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