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띨라신(비구니)폰지(남자스님)와 다르게 수도자 생활하는 띨라신(비구니), 대우 받는 폰지에 비해 모습이 팍팍해 보였다.
전병호
우티로카 스님을 만나다미얀마를 떠나기 전날 우리는 양곤 시내 관광일정을 잡았다. 미얀마의 얼굴이라는 쉐다곤파고다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미얀마의 고승 우티로카 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쉐다곤파고다를 대충 둘러보고 한 켠에 미얀마 사람들이 앉아 쉬기도 하고 기도도 하는 장소에 앉아 있었다. 그 때 옆에서 누가 영어로 뭐라고 말을 걸었다. 가사를 입은 미얀마 노스님 이었다.
온화한 미소를 마주한 순간 노스님의 기운이 남달라 뭔지 모르게 빨려 들어갔다.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도 한국을 잘 안다며 더욱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30여 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워낙 반 토막짜리 짧은 영어 실력이라 스님의 고귀한 말씀을 다 담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언듯언듯 들리는 단어와 스님의 바디 랭귀지에 온 신경을 곧추 세우고 이해하려고 하니 대충은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뭐 이것도 순전히 내 추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우티로카 스님은 미국 유학까지 갔다 온 유학파 스님이고 우리에게 미얀마 불교의 의미를 조금 설명해 주었다.
특히 몇 번을 가슴에 손을 얹으며 'mind(마인드)' 'spirit(스피릿)'을 강조하셨는데 아마도 불교의 깨달음과 정신수양을 말씀하신 것 같았다. 각자 이해하는 방식으로 우티로카 스님의 즉문즉설을 경험한 우리는 우티로카 스님과 기념 촬영도 하고 주소와 명함도 교환했다. 물론 다시 만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었지만 순간의 만남을 가볍게 여기지 않기 위함이었다. 기념 촬영을 하고 헤어지려는데 우티로카 스님이 우리를 잡으며 한마디 한다.
'Donation(도네이션, 기부)!' 아하! 우리는 스님에게 5천짯을 내밀었다. 그런데 돈을 받지 않는 거였다. 뭐라고 다시 말했는데 우리는 알아 듣지 못했다. 혹시나 해서 다시 두 손으로 드리니 그때서야 마땅찮은 표정으로 돈을 시주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미얀마에서 스님에게 시주나 공양을 올릴 때는 반드시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공양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5천짯을 적선하듯 내밀었으니 스님이 약간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혹시 미얀마 여행 중에 스님에게 시주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공손하게 두 손으로 올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