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YFY그룹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하이디스 노동자
엄미야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실질적 소유주인 대만 이잉크(YFY그룹) 사장을 만나러 지난 2월 8일부터 닷새간 대만으로 1차 원정투쟁을 떠났다. 나 역시 그들의 원정투쟁에 함께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간 YFY그룹 본사 앞에 섰을 때의 기분은 한마디로 "참 서럽다"는 것이었다. 뭐 대단한 것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밥그릇 지켜보자고 이역만리 타국 땅에 건너와서 이방인이 되어 서 있는 기분. 더럽고, 서럽고, 외로웠다.
대만 자본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기 때문에 찾아온 '미운' 대만 땅이었지만, 대만에서 연대해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하이디스 노동자들에게 참 따뜻하게 대해줬다. 단 여섯 명이었던 우리를 위해 십수 명이 모여 함께 투쟁계획을 짜주고, 매일매일 번갈아가면서 가이드 역할도 해주고, 선뜻 자신들의 사무실을 내어주고, 말이 통하지 않는 경찰과 매번 대신 싸워줬다.
웹자보를 만들어주고, 자신들의 집회에 연사로 세워주었으며, 기자들을 모아주었고, 단 여섯 명이 하는 조촐한 촛불집회에 전국의 노동조합, 진보정당, 인권단체들이 달려와 주었다. 우리는 짧은 닷새간, 매일매일 일정에 늘 놀라고, 늘 감사했다.
"우리는 같은 조직이라도 이렇게 하지 못하는데, 타국의 노동자들을 위해서, 정말 대단하다."대만은 아직 산별노조가 구성되어 있지 못해 한국의 산별노조, 특히 금속노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같이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왔다.
1차 대만 원정투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한국의 산별노조 투쟁에 감명받은 대만 노동자들이 그 짧은 기간 동안 '하이디스 노동자를 지지하는 대만 연대'를 만든 일은 물론 놀라운 성과였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더 크게 얻고 돌아온 것은 따로 있었다. 우리는 몸집만 커지면서 한국의 산별노조 운동이 잃어버린 '첫 마음'과, 형식과 실리를 뛰어넘는 '헌신'과 '연대'를 그들에게 배웠다.
대만으로 떠나는 두 번째 원정투쟁... "이 비참함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