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2일부터 대만에서 원정투쟁 중인 하이디스 노동자 최지은씨(가운데)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어릴 때부터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저도 긍정의 힘을 조금 이어 받은 것 같아요. 힘들지만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고 불의에 맞서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더 올바르게 자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많이 부족한 엄마지만 투쟁 꼭 이겨서 이 더러운 세상, 절대 물려주지 않을 거예요.
저희가 대만 공항에 내려 처음으로 달려간 곳은 YFY그룹 본사와 '호회장'(허쇼우추안 회장) 집이었어요. 호회장 집은 정말 이름처럼 호화로웠어요. '저 사람은 하이디스 노동자 377명과 그들의 가족들은 차가운 바닥에 내동댕이 쳐놓고 대궐 같은 집에서 잠이 올까' 하는 마음에 서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여보. 대만 원정투쟁 가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 서슴지 않고 다녀오라고 말해준 당신. 하이닉스 단지(하이디스가 입주해 있는 공단)에 신설되고 있는 건물로 발령이 나서 하루가 멀다하고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종일 먼지를 들이마셔서 자는 내내 기침을 하느라 잠 못 이루고, 허리 통증 때문에 날마다 찜질을 하며 잠을 청해야 했던 당신이죠.
제가 지금 이렇게 힘차게 싸울 수 있는 이유는 뒤에서 힘껏 밀어주는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결혼해서 따뜻한 밥 한 그릇 제대로 지어준 적 없는 무심한 아내지만, 뭐가 그리 예뻐서 이리도 사랑해주는지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원정투쟁 온 뒤로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항상 사진 속 아이들 얼굴의 볼과 입을 만지작거리며 그리워 눈물 짓다가 잠들곤 합니다. 아이들아,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해.
그래도 이젠 그만 울어야겠지요. 이곳 대만 땅에서 당당하게 투쟁하고 꼭 호회장을 만나고 돌아갈게요. 그래서 더 이상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남의 나라에서 투쟁하는 일이 없도록 승리하겠어요. 그것이 우리 가족들에게도 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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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내동댕이 친 '호회장', 꼭 만나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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