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우레탄 바닥의 놀이터게다가 친구도 없는 놀이터
정가람
자전거·인라인을 타는 아이들,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부터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어린 아이들까지 뒤엉켜 노는 좁은 놀이터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놀이터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피곤했다. 아이들에겐 신나는 놀이터이지만 엄마에겐 '출근'하는 놀이터, 노동의 현장이었다.
뒤뚱거리던 아이는 곧 잘 걷게 되었고, 순식간에 미끄럼틀에 올랐다 내려오며 놀이터를 활보했다. 친구도 사귀게 됐다. 이제 벤치에 앉아 눈으로만 아이를 쫓으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벤치신세가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거나 다년간의 놀이터 출근으로 이미 친해진 엄마들은, 한눈에 보이는 무리를 지어 놀이터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넉살 좋게 그런 엄마들 무리에 쉽게 끼지 못하고 혼자 지켜야하는 벤치는 바늘방석이었다.
그러나 우리집 거실은 눈만 뜨면 놀이터가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놀이터에 나가자고 졸라대는 까꿍이 덕에 놀이터 출근은 계속 되었고, 그러는 사이 안부를 나누는 이웃도 몇몇 생기기도 했지만 여전히 놀이터는 내게 힘든 공간이었다. 여름이면 놀이터 바닥의 우레탄 냄새가 머리를 아프게 했고, 겨울엔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벤치가 찬바람 부는 허허벌판 같았다.
놀이터를 벗어나보자...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