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폐간, 언론·출판의 자유 탄압이다

[주장] 0.6%의 이적표현물? 정부는 왜 <자주민보>를 폐간했나

등록 2015.04.11 16:01수정 2015.04.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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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의 시대, 풀뿌리언론은 모진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2월 13일, 인터넷 언론인 <자주민보>가 폐간되었습니다. 창간 10년째를 맞는 인터넷언론이 강제 폐간된 것입니다.

<자주민보>의 폐간에 대한 법원의 결정문을 보면, 법원은 <자주민보>를 언론사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언급한 <자주민보> 폐간의 사유는 등록된 발행목적을 현저하게 반복적으로 위반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창기 전 <자주민보> 대표는 <자주민보>에 올린 총 8500여 건의 기사 가운데 51개의 기사가 이적표현물로 규정되며 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체 기사 중 0.6%에 불과합니다. 51건의 기사가 이적표현물로 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한국사회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주민보>의 기사는 정말로 북한을 찬양했나

2007년 7월 9일, 문경환 기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치는 김일성 주석의 정치"라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법원은 이 기사가 정치적 지도력, 활동상을 미화, 선전하였다며 이적표현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 정치는 지도자가 바뀌어도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이는 현 김정은 체제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지 않나요?

2007년 7월 11일, 재미교포 노길남 선생은 "6·15 민족공동위에 바란다"는 기사를 보냈습니다. 이 글에서 노 선생은 남·북·해외의 6·15 공동위원회가 외세를 청산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며, 반통일세력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반통일세력 청산 주장이 너무 과했던 걸까요. 법원은 이 기사를 이적표현물로 규정하였습니다.

2009년 9월 22일, 이창기 기자는 "북 후계자 활동 본격화 한 듯"이란 기사를 올렸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정치활동에 나섰다는 내용입니다. 법원은 이 기사도 이적표현물로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 시절부터 정치활동의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2014년 3월 17일, 이정섭 기자의 "북, '미국 땅덩어리 순식간에 잿더미' 경고"란 기사는 한미합동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에 대해 북의 대외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에서 보도한 경고를 있는 그대로 소개한 기사입니다. 이런 형식의 기사는 <연합뉴스>의 가장 주된 기사 소개 방식입니다. 북한기사 인용보도는 보수언론에서도 늘 하는 보도입니다. 다만 이 기사에서는, 인용된 북한기사를 비판하는 내용을 첨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대체로 북한의 현실을 알리려는 취지로 작성되었던 기사입니다. 이 기사들이 이적표현물이 된 것은 북한을 직설적으로 묘사한 나머지, 북한이 강하다는 인상을 풍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언론사 기사의 0.6%가 이적표현물이라고 해서 그 언론사가 폐간되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자주민보>가 정말로 북한의 실상을 과장해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였다 하더라도, 그 비중이 0.6%에 불과하다면 폐간조치가 아니라 기사 정정 명령을 내리는 것이 맞습니다. 이미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종편 언론들은 그들이 때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지만, 폐간을 요구받지는 않았습니다.

<자주민보>의 기사들이 <자주민보>의 발행목적을 현저히 위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자주민보>의 발행목적은 무엇인가요? 2005년 11월 11일, <자주민보>가 정기간행물로 등록될 때 이창기 대표는 <자주민보>의 발행목적을 ▲ 국제정세 분석 ▲ 민족동질성 회복 ▲ 시대를 빛내어가는 모범 찾기 등으로 밝혔습니다.

이후 <자주민보>는 정기간행물 사업등록증에도 발행목적을 "민족의 통일과 민족정기를 세우는데 일조할 수 있는 언론을 만들고자 함"으로 밝혔습니다. 0.6%의 기사에서 북한을 직설적으로 묘사했다고 해서, 민족의 통일과 민족정기를 세운다는 발행목적을 현저히 위반하였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 언론, 보장·육성해야

<자주민보>는 신문법 상에 등록된 정식 인터넷신문사였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자주민보>의 언론 취재활동도 기본적으로는 보장되어야 정상입니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매체들이 서로 경쟁하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자신의 의견에 부합하는 신문을 선택·구독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정부는 <자주민보>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문제기사를 내리면 될 일인데, 왜 <자주민보>를 강제 폐간시킨 것인가요? <자주민보>와 같은 인터넷언론은 정식언론으로 인정하지 않는 무의식이 표출된 것은 아닐까요.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곧 정보제공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이는 정보화시대인 21세기 민주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요소입니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인류사회가 정보화시대로 접어들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사회적 소통을 보장해주는 요소입니다. 우리는 경험상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없었던 군부독재정권 시기를 자유민주주의 시대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물론 현재 종편방송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멀쩡한 인사를 '종북'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사실관계도 허위로 유포시키는 과도한 언론의 '맹목적 자유'는 시급히 규제되어야 합니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공동체의 존립을 파괴하고, 다른 사회구성원의 인간성과 인격을 파괴할 정도로 무분별하게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헌법에서도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헌법 37조 2항에서도 국가안정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언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비밀이 새어나가 안보위기가 조성된 것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국민 누군가가 물질·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닙니다. 사회윤리를 벗어나는 낯 뜨거운 언급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북한에 대한 서술이 직설적이어서 반북적 정서가 강한 정부당국으로서는 <자주민보>가 매우 언짢았던 게 아닌지요.

<자주민보> 폐간은 통일운동 탄압

정권의 <자주민보> 폐간은 단순한 인터넷 언론의 기강을 잡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창기 대표가 2013년 5월 9일, 대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을 확정판결 받았음에도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비슷한 취지의 기사가 게재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법원이 문제 삼은 기사는 2013년 5월 9일 이후의 기사는 6편에 불과합니다.

결국 <자주민보>에 대한 폐간조치는 <자주민보>라는 언론사가 언론본연의 기능을 상실해서 취해진 정당한 조치라기보다는 <자주민보>의 기사가 북한을 직설적으로 다루어서 일어난 조치입니다. 대한민국은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이라는 조항자체가 매우 애매모호하고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부분이므로 정부의 대북정책을 인정하지 않는 언론에 대해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들이대어 폐간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통일에 대한 논의는 정부가 독점하겠다는 논리입니다. 민간은 가만히 입 다물고 정부의 말을 믿고 따르라는 강요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자주민보>의 폐간조치는 통일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귀결됩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정평(심재환, 하주희)과 이공(박주민)은 재판의견서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했습니다.

"신문법 22조에 의한 등록취소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므로 결국 등록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표현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일반적인 합헌성 심사기준인 명백,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인데, <자주민보> 사건에서 거론된 각 기사들은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을 초래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근거가 없고, 위 기사들이 어떤 점에서 발행목적과 그 내용을 위반한 것인지에 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민주사회에서 사회구성원에게 실질적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것도 아닌데 북한에 대한 기사보도에 집중하고 이 가운데 표현이 직설적인 0.6%의 기사가 이적표현물로 규정되었다는 근거로 언론사를 해산한다면, 이는 민주사회가 아닙니다. 조선-동아가 경영하는 종편방송들은 숱한 허위보도에 논리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낯 뜨거운 전파를 오늘도 쏘아올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야권인사들이 이들의 종북여론몰이에 피해를 받고 있지만 종편은 여전히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정녕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까? 그렇다면, 무엇보다 <자주민보>에 대한 폐간조치부터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원고는 <우리사회연구소>에 동시게재된 원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주민보 #언론탄압 #종북공세 #박근혜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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