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하고 거리 나선 영석 엄마세월호 참사 희생자 오영석 학생의 어머니 권미화 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거리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아들이 제일 그리울 때는요, 잠을 자다가 새벽에 깼는데 옆에 아무도 없을 때. 종종 같이 잤거든요. 그리고 텅텅 빈 냉장고를 볼 때. 예전엔 아들 먹으라고 과일, 고기 다 사다놓곤 했는데 이젠 (냉장고 안에) 생수 뿐이야. 사실 아이 그렇게 되고 나서 애 아빠 따뜻한 밥 한끼 해준 적이 없어요. '우리는 밥 먹을 자격도 없다'고, 내가 그랬어."
삭발식 후 유가족들은 광화문 인근을 돌아다니며 세월호 인양 촉구 등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했다. 영석아빠가 광장을 지키는 동안, 권씨는 청계천과 서울시청을 돌며 "세월호에 아직 실종자 9명이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길을 걸으면서 그녀는 기자에게 아들에 대한 추억을 털어놓았다. 아직도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우리 아들이 수학여행 떠나서 20일날 (시신으로) 돌아왔어요. 안산까지 구급차 타고 이동했는데, 우리는 (상자) 다 열어놓고 아들 만지고 뽀뽀하고 그랬어요. 심하게 부패하진 않았는데, 손톱이 새까맣게 돼가지고…. 아들 냄새가 그래도 아직 기억나. 내가 나중에 우리 아들 손주도 공짜로 키워준다고 했었는데…""나 머리가 너무 시원해, 샴푸값도 안 들고 좋네 뭐"라고 너스레를 떨며 유가족 엄마들을 웃게 만들던 그녀는, 아들 얘기를 꺼내자 "아직도 함께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금세 울먹였다. 아들 고 오영석군이 숨진 후에도 아들 휴대전화 카카오톡으로 고해성사하듯 매일 속마음을 털어놓던 그녀다(관련기사:
"꿈에서 보자, 대답 없는 나쁜 내 새끼").
거리 선전전을 마치고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오던 길, 지나가던 한 50대 여성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나"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권씨는 "정부는 아직도 상중(喪中)인 가족들을 돈으로 매수하려고 하는데, 부모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런 것밖에 없다"라면서 "부모의 맹목적 사랑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삭발식에 참여한 유가족 대다수는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을 한 뒤, 오는 3일에도 거리 선전전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권씨가 하늘에 있는 아들에게 남기는 말이다.
"아들, 먼저 가게 해서 미안하고, 모든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착한 아들의 엄마로 내가 살 수 있어서 또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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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족을 돈으로 매수 군대 갈 아들 대신 머리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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