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대법관 후보 거짓말 드러나

1차 수사 뒤 지청 발령 이유로 '모른다" 했지만 '추가 수사' 여부 문의해

등록 2015.04.05 17:47수정 2015.04.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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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서기호 의원실 제공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조작·은폐 사건(아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1차 수사가 끝나고 여주지청으로 발령난 이후에도 관련 수사정보를 공유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박 후보자가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1차 수사가 끝난 뒤) 여주지청으로 떠나면서 검사장으로부터 추가수사가 시작되면 투입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상태였다"라며 "(그래서) 이후 안상수 검사와 몇 차례 전화통화를 하면서 추가수사를 문의한 일이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는 박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뒤 여주지청으로 발령난 사실(1987년 3월 12일)을 들어 "이후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잘 모른다"라고 해명했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여주지청 발령난 이후 추가수사 여부 문의했다"

박 후보자는 서울지검 소속 검사였던 지난 1987년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1차 수사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1차 수사에서 물고문에 가담한 강진규 경사와 황정웅 경위, 반금곤 경장을 각각 피의자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한경 경위와 강진규 경사만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박 후보자는 1차 수사가 끝나고 안상수 검사가 추가 고문경찰관들의 존재를 인지한(2월 27일) 이후 여주지청으로 발령났다(3월 12일). 이렇게 여주지청으로 발령난 사실을 근거로 박 후보자는 "이후 어떻게 (수사가) 진행되었는지 잘 모른다"라고 해명했던 것이다.

박 후보자는 이한성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조한경, 강진규가 공범들의 존재를 최초로 이야기한 것은 그들이 구속기소된 지 한 달 이상이 지난 1987년 2월 27일이었고, 저는 1987년 3월초 신창언 형사2부장 검사의 방에서 안상수 검사로부터 공범이 3명 더 있을 가능성이 있고 추가수사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자는 "이후 저는 신창언 부장검사, 안상수 검사와 함께 1차 수사기록에 나타난 관련자들의 진술내용을 재검토하고, 메모형태로 수사계획을 작성해 상부에 보고하기도 하는 등 추가수사를 준비하던 중 인사발령에 따라 1987년 3월 16일부터는 여주지청으로 옮겨 근무하게 되었다"라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여주지청으로 떠나면서 검사장으로부터 추가수사가 시작되면 투입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상태였기에 이후 안상수 검사와 몇 차례 전화통화를 하면서 추가수사에 대해 문의한 일이 있으나 안상수 검사로부터 '아직 상부지시가 없으니 기다리고 있으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의 답변 내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점을 보여준다. 하나는 그동안 "여주지청으로 발령난 이후에는 수사내용을 전혀 모른다"라고 답변한 것과 달리 안상수 검사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어 추가수사 여부 등 수사정보를 직접 문의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검찰이 지난 1987년 2월 27일 안상수 검사가 조한경 경위 등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고문에 가담한 경찰관이 3명 더 있다'는 증언을 들은 뒤 '추가수사'까지 검토했지만, 5월 18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가 있을 때까지 재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처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관계기관대책회의'의 '재수사 절대불가'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이러한 관계기관대책회의의 개입 사실을 진작(3월)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같은해 5월 20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 2차 수사에서도 사건의 조작·은폐 과정에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어느 정도로 개입했는지를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이 이렇게 관계기관대책회의의 개입문제를 전혀 수사하지 않음으로써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치안본부'선에서 책임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검찰의 부실수사로 인해 남아 있던 반쪽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고문은 두 명도, 심지어 한 명도 할 수 있다"

한편 박 후보자는 같은 답변서에서 "(1차 수사 당시) 조한경, 강진규를 비롯해 여러 경찰관들을 상대로 추가 가담자나 상급자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쇼크사'라고 사실과 다르게 사인을 발표하게 된 경위 등을 추궁하는 등 사건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도 철저하게 검증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 아카이브'에서 공개했던 1차 수사기록과는 다른 주장이다. <오마이뉴스>가 1차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박 후보자는 사망 원인 조작·은폐와 윗선 보고·개입 의혹 등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강진규 경사에게 직속 상급자를 묻거나 "상급자는 왜 박종철이 사망하였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고 있었나?"라고 추궁한 것이 전부였다.

또한 박 후보자는 "조한경, 강진규는 자신들 2명만에 의한 범행이라고 확고히 진술하였고, 황정웅을 비롯한 다른 경찰관들은 모두 연행에만 관여하였고 조사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상황이었다"라며 "(그런 상황 속에서) 당시 공범자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1987년 1월 24일 조한경, 강진규을 구속기소했던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물고문은 2명이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평가하는 의견도 있으나 물고문을 하는 데 필요한 인원은 반드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물고문의 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조한경 경위와 강진규 경사가 1차 수사 피의자 신문에서 "한 사람이 두 팔을 뒤로 잡고 한 사람이 머리를 누르면 2명도 충분히 물고문할 수 있으며, 팔을 뒤로 묶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진술을 믿고 두 경찰관만 기소했다는 얘기다.

박 후보자는 "1988년 국정감사 당시에도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안상수 전 검사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며 상당 부분 해명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기에 사건 축소·은폐 시도 밝혀내지 못해 송구스럽다"

다만 박 후보자는 답변서 끝부분에서 "수사에 임하는 동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1차 수사에서부터 조기에 공범의 존재나 경찰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 시도를 밝혀내지 못한 것에 대해 수사검사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라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그렇지만 결코 사건의 진상을 알면서도 축소하거나 은폐한 사실은 없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박 후보자가 해명한 대로 "3월 초"에 추가 고문경찰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추가 수사에 투입될 것도 알고 있었고, 안상수(현 창원시장) 당시 검사에게 추가 수사 여부 등까지 문의했지만 그는 5월 20일 2차 수사가 진행될 때까지 침묵했다. 

[관련기사]

검찰수사에 '관계기관대책회의'는 없었다
검찰, 박종철 수사도 하기 전에 조용한 마무리 지시
물고문은 5명이 한 조... '상식' 묵살한 검찰
#박상옥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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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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