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부채 3천만 원 탕감"... 영화 <쿼바디스>의 기적

청춘희년운동본부 6일 출범... 김재환 감독 기부금 밑거름

등록 2015.04.06 14:06수정 2015.04.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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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7월 21일 오후 서울 명동 열매나눔재단에서 희년함께, 희망살림 등이 주최한 ‘성경의 부채탕감과 한국 교회의 역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토론회에서 앞서 참가자들이 채무자 99명의 부채 10억 원을 소각하는 상징 의식을 치르고 있다. ⓒ 김시연


"이번엔 청년 부채다."

영화 <쿼바디스>가 꺼져가던 한국판 '롤링 주빌리'의 불씨를 살렸다. 김재환 감독이 기부한 3000만 원을 밑거름 삼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장기 연체자로 몰린 20·30대 청년들의 부채를 탕감해 주기로 한 것이다.

희년함께, 청년연대은행 토닥, 청어람M, 기독청년아카데미, 기윤실, 교회개혁실천연대, 복음과 상황 등 7개 시민·종교 단체는, 6일 오후 국회 앞에서 '청춘희년운동본부'(아래 청춘희년) 출범식을 열고 학자금 대출 장기 연체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김 감독 3000만 원 기부 약속 지켜... 청년 부채 탕감 '밑거름'

한국 교회 실상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를 만든 김재환 감독의 기부금이 밑거름됐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영화 개봉 당시 관람객 수가 1만 명을 넘기면 수익금 3000만 원을 부채 탕감 운동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쿼바디스> 관객 수가 2만 명을 넘기자 김 감독은 이 약속을 실천했다.

청춘희년은 이 돈으로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한 35세 미만 다중 채무자 10명을 선발해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이후 교회와 시민의 후원을 받아 순차적으로 대상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올해 1억6000만 원 모금과 80명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롤링 주빌리' 운동은 지난 2011년 미국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 당시 헐값에 거래되는 부실채권시장을 고발하는 데서 출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4월부터 '희망살림'이 중심이 돼 10년 이상 연체된 장기 부실채권 51억 원 정도를 대부업체에서 매입하거나 기부받아 소각했다.


일정 기간마다 부채를 탕감해주던 성경의 '희년' 개념과도 일맥상통해 희년함께 등 종교단체도 후원 활동에 나섰지만, 후원금이 500만~600만 원 정도에 머문 데다 부실 채권 매입도 벽에 부딪혔다. 이에 부채 탕감 운동 대상을 학자금 대출 연체자로 전환한 것이다.

학자금 대출 6개월 이상 연체 5만8000명... 개인워크아웃 신청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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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쿼바디스> 감독 ⓒ 복음과 상황


실제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청년층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1.1%로 두 자릿수에 진입했고 전체 실업률(4.6%) 2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학자금 대출 연체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현재 전체 학자금 대출 학생 148만 명, 대출 잔액 12조3000억 원 가운데 연체자는 8만 명, 연체 금액은 40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국장학재단이 지난해 9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실채권으로 넘긴 6개월 이상 연체자도 5만8000명에 이른다.

대출 원리금이나 신용카드 대금이 90일 이상 연체돼 최대 50% 채무 감면이나 상환 기간을 연장하려고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도 지난해 6671명으로 전년 대비 9.6% 늘었다. 다른 연령대에선 오히려 5~18%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대상자가 이처럼 많다 보니 대부업체에서 인수한 부실 채권을 단순 소각하던 운동 방식도 청년 금융 상담과 교육을 겸한 '선 상담 후 지원'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원자 금융 상담을 통해 우선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사회연대은행 등에서 진행하는 기존 대학생 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도록 돕는다. 이들 가운데 상태가 심각한 청년 채무자를 선발해 1인당 200만~300만 원 한도에서 이자 대납이나 원금 분할 상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단순 자금 지원에 머물지 않고 채무자 재무 상담과 금융 교육 프로그램, 채무자 모임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김덕영 청춘희년운동본부장은 6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올해 들어 청년 실업과 학자금 대출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라 청년 부채 탕감 운동에 나서게 됐다"면서 "부실 채권 소각은 대상자를 특정할 수 없고 반응 확인도 어려웠던 반면 청년 채무자는 대상자도 분명하고, 교회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어 후원도 더 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부채 #청년채무자 #청춘희년 #롤링주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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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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