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엔 노란리본, 손목엔 기억팔찌세월호참사 1주기를 앞두고 8일 오후 '4.16약속지킴이 도봉모임' 회원들이 창동역 부근 '작은도서관-책읽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때 공연할 노래 '약속해'를 연습하고 있다.
권우성
#1. 현순애(41·여·교사)씨
두 아이의 엄마인 현순애씨는 유가족 육성기록집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었다. 읽고 나서 '이런 일이 또 생길 수도 있겠구나, 내 일이 될 수 있구나' 하고 절감했다. 아이들에게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하게 됐다.
"유가족들에게 부채감이 있었어요. 제가 아무런 힘을 보태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해결이 안 되고 유가족들은 거리로 내몰리고요. 유가족들은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요. 저라도 도와야 할 것 같았어요. 내 주변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2. 이명승(42·남·직장인)씨"배(세월호)가 가라앉고 나서, (집에서) 자는 (우리) 애를 만져봤어요. 잘 자고 있는지 보려고요. 자는 애를 다시 확인할 정도로 너무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일곱 살 딸을 둔 이명승씨. 유가족들이 거리에 나서고 단식을 해도 국가는 변하지 않는다고 절감했다.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했다. 내 아이만 안전하게 키울 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현관문에 '세월호 인양'이라고 적힌 긴 리본을 붙여 두었다. 지난 5일에는 세월호 유가족 도보행진에 참가해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걸었다.
도봉 주민들, '카톡방'에서 세월호 1주기를 도모하다 8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창동역. 전동차의 문이 열리고 시민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어딘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 서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 아래에서 나명주(49)씨가 '세월호 온전한 인양 촉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세월호 1주기인데요. 세월호가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있습니다. 여러분,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시민들이 서명 용지가 놓인 테이블 앞에 섰다. 허리를 숙여 성명, 주소, 전화번호, 문자수신 확인란을 채웠다. 서명을 마친 뒤 시민들은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가량, 창동역 2번 출구에서 진행된 '4·16약속지킴이 도봉모임(도봉모임)'의 서명운동이 현장이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금요일 저녁에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주민 열 명이 한 시간 가량, 총 220여 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도봉모임은 지난 2월, 카카오톡에 단체 대화방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소속 서울 동북부지회 회장을 역임한 나명주씨가 모임을 이끌었다. 지난해부터 도봉 지역을 중심으로 세월호 추모 활동을 벌여오다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온라인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다. 가입비, 회비 없이 자발적인 성금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두 명씩 카톡방에 초대된 사람들이 지금은 220명이다. 직장인, 주부, 고등학생,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오는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봉구청 2층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