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이상옥
지난봄 마당에 심은 약속
올봄 월백할 만큼 꽃을 피웠네 -이상옥의 디카시 <梨花>죽은 듯하던 나무가 어김없이 새봄에 꽃을 피우고 잎을 돋아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나무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함께 존경심이 싹튼다.
일찍이 이양하가 수필 <나무>에서 나무의 덕을 상찬한 바 있다.
"나무는 덕(德)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는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이 없다." 분수에 만족하는 나무 나무는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지도 않고, 자신의 분수대로 묵묵히 살아간다. 이양하의 말대로 정말 "나무는 훌륭한 견인주의자(堅忍主意者)요, 고독의 철인(哲人)이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현인(賢人)이다." 어떠한 처지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 모든 나무는 성자라고 일컬어도 좋으리라.
요즘 부쩍 나무가 좋아졌다. 지난해 포도나무 세 그루를 심었는데, 이제 막 한 그루가 새 싹을 막 틔우고 있다. 나머지 두 그루는 아직 침묵한다. 그들은 늦게 사 심어서 생육상태가 건강하지 못한 탓이다. 줄기가 살아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곧 새 싹을 틔우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