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아!", "비켜!" 경찰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요

집회·결사의 자유는 언제쯤

등록 2015.04.17 10:08수정 2015.04.1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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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막힌 노동자들 "왜 못가게 합니까?" ⓒ 변창기


지난 4월 11일 오후 2시경. 일산해수욕장 공터에서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가 있었습니다. 저도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 신분으로 참석했었습니다. 집회는 오후 4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 300일 연대의 날 문화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길따라 걸어갔습니다. 일산해수욕장서 울산과학대까지 가려면 차량이 다니는 큰 사거리를 세 번이나 지나야 합니다. 일산 해수욕장서 과학대까지는 1.2km 정도 됩니다.

해수욕장 입구 큰길에선 별 탈 없이 약 700여 명의 집회 참석자들이 지나갔습니다. 빨강 신호등이 되었어도 집회 대오가 다 지나갈 때까지 차량들이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집회 대오는 찻길을 걸어 울산과학대까지 걸어 갔습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멈춰라!"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하라!"
"최저임금 1만원 쟁취하자!"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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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지? 평화집회인데... ⓒ 변창기


집회 차량에서 선창하면 집회 참석자들이 따라하면서 찻길을 걸었습니다. 10분 정도 걸어가니 2번째 사거리가 나왔습니다. 차량들이 많이 지나다녀 파란 신호등이 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파란불이 되면서 노동자 대회 참석자들은 길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신호등은 매우 짧았고 이내 빨강색 불로 바뀌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중간쯤 이르자 빨간 신호등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사복을 입은 좀 나이든 경찰이 외쳤습니다.


"야 막아."

그러자 연두색을 입은 젊은 경찰들이 호루라기를 시끄럽게 불면서 우르르 몰려 도보 행진 중인 집회자들을 못 가게 막아버렸습니다. 옥신각신 몸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순식간에 도로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우리는 집회 신고를 했고 행진 신고도 했는데 왜 못 지나가게 막습니까?"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들이 지휘하는 사복 경찰에게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곧이어 경찰 차량에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경찰서장의 지시를 받아 공무집행 중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불법행위는 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방송 내용이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대략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민주노총 고문 변호사님도 같이 행진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집회를 수없이 다녀 봤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면서 혀를 내두르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그렇게 행진을 막고서는 소리 측정기로 감시를 했고, 한쪽에선 여러 사복 경찰들이 채증 영상을 찍기에 바빴습니다.

그렇게 노동자들을 막고 있다가도 다시 건널목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면 "비켜"라며 누군가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연두색 옷 입은 경찰들은 일제히 옆으로 우르르 비켰습니다. 그러다 다시 빨간 신호등이 들어오면 "막아"라는 고함과 동시에 호루라기를 불며 우르르 달려나와 행진길을 막아섰습니다.

이건 뭐 개그 하는 것도 아닌 것이, 참석자 중 많은 사람들이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어떤 참석자는 "한심한 경찰들"이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습니다.

울산과학대 문 앞 건널목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참석 노동자들은 또다시 밀치며 항의했고 경찰들은 동영상 채증을 계속 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찰들은 시위자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제가 목격한 경찰들의 행위는 꼭 시위 못하게 훼방을 놓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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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막은 경찰 그리고 사진 채증 ⓒ 변창기


경찰들은 울산과학대학교 안까지 따라 들어왔습니다. "학교 안까지 따라 들어오며 우릴 감시 하려 하느냐?"며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그제서야 슬그머니 학교 밖으로 내려갔습니다.

대한민국은 노동자들이 집회 한번 하기도 힘든 나라 같았습니다. 법에 있는 집회, 결사의 자유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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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가운데서 이게 무슨 ⓒ 변창기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대체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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