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는 현대차노조, 4·24 총파업 '반쪽' 되나?

민주노총 수뇌부, 동참 호소하러 울산까지... 현대차노조 집행부 "시간 필요"

등록 2015.04.21 16:20수정 2015.04.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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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가운데)과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한 위원장 왼쪽) 등 민주노총 수뇌부가 20일 오후 울산의 현대차노조 사무실에서 총파업과 관련한 확대운영위원회를 열고 있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가운데)과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한 위원장 왼쪽) 등 민주노총 수뇌부가 20일 오후 울산의 현대차노조 사무실에서 총파업과 관련한 확대운영위원회를 열고 있다현대차지부

민주노총이 노동시장 개악저지 등을 내걸고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4·24 총파업이 '반쪽짜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노동계에서 나오고 있다. 주력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아래 현대차노조)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다.

한때 민주노총 총파업을 주도했던 현대차노조는 민주노총 80만 조합원 중 4만70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거대노조다. 때문에 현대차노조의 참여 여부는 총파업 성사를 결정하는 큰 요인이다. 만일 현대차노조가 총파업에 불참하면, 15개 계열사와 수많은 부품업체 노조의 불참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총파업을 4일 앞둔 지난 20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등 민주노총 수뇌부가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았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대차노조와 함께 확대운영위 회의를 열고 동참을 호소했다.

하지만 여러 언론에서는 현대차노조의 총파업 참여에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울산제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노조 집행부는 "민주노총이 현재의 유동적인 정세를 외면한 채 총파업만 외치며 명분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현대차노조가 "사실상 유보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차노조는 21일 소식지를 내고 "총파업 승리는 투쟁 전술과 전략이 필요한데 지금의 민주노총은 정국의 흐름을 무시한 채 날짜를 맞추기 위해 억지파업을 강요하고 있다"고 하며 사실상 총파업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이런 현대차노조 집행부의 입장에 대해, 노조 내 일부 현장조직은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4시간 파업을 결정했는데, 하부조직인 현대차노조가 총파업 동참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는 자체가 옳지 않은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총파업 동참을 논의할 게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상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민주노총 수뇌부와 현대차노조 집행부간 회의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상균 위원장 "대공장노조 사회적 고립 극복위해 최저 임금 투쟁 나서야"

 지난 2012년 2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권우성

총파업을 코앞에 두고 현대차노조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민주노총 수뇌부는 지난 20일 울산으로 달려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현대차노조 사무실에서 가진 확대운영위 간담회도 현대차노조의 총파업 동참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확대운영위 참석자에 따르면, 한상균 위원장은 기조발언을 통해 4·24 총파업 배경과 당위성을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노동시장 구조개악 가이드라인이 밝혀진 만큼 취업규칙을 통한 일반 해고 강행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특히 "대공장 노조의 (귀족노조라는)사회적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투쟁 등을 내걸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고립을 극복할 수 있다"며 현대차노조의 동참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경훈 현대차노조 지부장은 "정세여건에 따라 시간이 필요하다"며 미온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확대운영위 참석자는 "이날 상당수 확대운영위 참석자들이 현대차노조가 4·24 총파업에 참여를 요구하며, 이경훈 지부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하지만 20일 회의에서는 현대차노조의 총파업 참여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채 24일 총파업 전에 다시 확대운영위 간담회를 열어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현대차노조 현장조직 "현대차노조, 금속노조 결정 따라야"

하지만 이 같은 현대차노조 집행부의 의사와 달리, 노조의 현장조직에서는 "민주노총 총파업에서 현대차노조 파업 동참 여부는 자체 결정권이 없다"며 동참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노조 현장조직 '들불'의 하부영 대표는 21일 "정권과 자본, 언론들도 현대차노조 총파업 동참여부가 4·24 총파업 성공의 열쇠로 보고 있다"며 "모두가 현대차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이어 현대차노조의 총파업 참여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차만 파업을 못하게 만들면 금속노조는 바람 빠진 타이어이며,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힘이 빠져 실패라는 낙인이 찍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단일노조이며, 규약에 따라 유일한 의결기구가 존재한다"며 "이미 민주노총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됐고,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와 중집에서도 결정한 것이라 현대차노조도 이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민주노총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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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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