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제도의 이니시모어섬은 유일하게 게일릭어가 보존된 지역이기도 하다. 상점의 간판들에서 게일릭어를 살펴볼 수 있었다.
김현지
전날 일기예보를 확인했을지라도 아침이 되어 봐야 아는 아일랜드 날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쳐 놓은 창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는 순간 나는 이내 기쁨의 쾌재를 불렀다.
"오예, 오늘 날씨 좋다!"이른 아침에 창문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는 날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날씨가 좋은 동네에 살 때는 따뜻한 햇살은 당연한 하루의 시작과도 같았지만 아일랜드에 이사를 온 이후 아침을 반겨주는 햇살은 하루의 가장 큰 선물이 되곤 했다. 특별히 좋은 일이 없어도 날씨 하나만으로도 즐거워질 수 있는 동네, 아일랜드에 이사를 오면서 달라진 나의 삶의 변화 중 하나이다.
오늘의 여행지는 아란 제도(Aran Island) 중 이니시모어(Inishmore)란 곳이다. 아란제도는 아일랜드 서쪽 끝에 떨어진 작은 섬으로 이니시모어(Inishmore), 이니시어(Inisheer), 이니시만(Inishmaan) 세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대서양의 장엄한 풍경을 보기 위해 아일랜드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이자 아일랜드에서 게일릭어가 보존되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섬으로 들어가는 첫배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이니시모어 섬으로 가는 배는 하루 3차례 정도 운영되는데 당일치기로 섬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10시 30분에 출발하는 첫배를 타야 한다. 집에서 선착장까지 가는 주소를 잘못 설정해놓은 탓에 막판에 아일랜드의 좁은 도로를 전력 질주하여 가까스로 선착장에 도착했다.
아일랜드에서 꽤나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선착장 앞의 개표소는 허름하다 못해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아일랜드 사람들 특유의 소박한 이미지를 추구하나보다라고 생각을 했다가 우연히 보게 된 주인집 벤츠 자가용을 보는 순간, 허름한 개표소가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왕복 25유로라는 다소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우리 가족은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에는 이미 많은 여행객을 태운 배들이 순차적으로 떠나고 있었고 우리는 거의 마지막 배를 타고 이니시모어섬으로 향했다.
이니시모어섬에서 만난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