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 전면에 내걸어 승리한 '분당대첩'여당의 성지에 뛰어든 손학규 후보는 전면에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제기해 승리했다. 그는 단번에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했다. 이를 보도한 <한겨레> 2011년 4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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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시계를 돌려 지난 2011년 4월 경기도 성남 분당으로 가 보자. 이명박 정권 집권 4년차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분당을'은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다. 한나라당 후보는 당대표를 지낸 강재섭 후보, 민주당은 손학규 후보였다. 결과는 손학규 후보의 승리, '분당대첩'으로 불린 이 승리로 손학규는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2위로 올라섰다. 당시 1위는 부동의 박근혜 의원이었다.
손학규 캠프는 지역정서를 고려해 '조용한 선거'로 진행했다. 손 후보의 '인물론'을 강조한 전략은 초반에 주효했다. 두 후보는 살얼음판 선거전을 이어나갔다. 막판 전략을 바꾼 것은 손학규 캠프였다. 전면에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꺼내들고 승부수를 건 것이다. 그리고 손 후보는 승리했다.
모든 선거는 결과로 말한다. 선거의 과정은 '결과의 승리'를 위해 존재한다. 4∙29 재보선 역시 마찬가지다. '성완종 리스트'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새누리당은 움직였다. 이완구 총리를 물러나게 만든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해외순방 직전에 김무성 대표와 회동한 박 대통령은 귀국할 때까지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26일 '박 대통령 사과'를 언급했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의 진행 과정 중에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사과를 먼저 언급한 적이 있었던가. 지난해 10월 김 대표가 상하이 개헌발언을 한 다음날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한 것을 생각해 보면 여당 대표의 위상이 올라간 것인가, 재보선 승리를 위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재보선전략은 명확하지 않다. 선거 초반부터 '유능한 경제정당론'을 내세우다가 선거막판에 '부패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박 대통령을 향한 돌직구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 수준의 화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가 정권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최근 야당의 무기력함은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