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산 것들의 집과 먹이가 되어 더 찬란한 모습으로 소멸되어갑니다.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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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모티프원의 건축을 완성하고 정원에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그 해 몇 개월 동안 작업실을 빌려 모티프원에 넣을 가구들을 제작하던 춘천에서 나무가 자라는 것과 더불어 작물에 점점 더 넓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밭가의 나무를 베어버릴 생각이라는 밭주인의 사연을 접하고 그 나무들을 모티프원의 정원으로 옮길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옮겨 심은 나무들이 현재 모티프원의 정원에 살고 있는 느티나무와 자작나무, 주목과 잣나무입니다.
특히 40살이 넘은 자작나무는 아마 파주 근동에서도 가장 키 크고 나이 많은 자작나무이지 싶습니다. 당시 조경수로 인기를 얻어 많은 집에서 자작나무를 심었지만, 10년생 미만의 이식이 편리한 나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나무는 별 탈 없이 잘 적응해서 8년 넘게 저와 즐겁게 동거했습니다. 피톤치드의 방출량이 탁월하다는 속성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자작나무숲에서 경험했던 영적인 기억 때문에 정원의 키 큰 자작나무에 큰 애정이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