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떨어져 사는 게 편해... 그렇게 생각하나요?

통일한마당을 준비하며... 9일, '평화통일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 개최

등록 2015.05.08 11:23수정 2015.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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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1천명, 통일을 말하다 평화통일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 기자회견 ⓒ 겨레하나


얼마전 어린이날, 가족들과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한 줄의 기사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5년 만에  6.15 공동선언 남북 사전 접촉'. 남측대표와 북측대표가 악수를 하는 장면을 보니, 다시 남북공동행사가 열리려나? 하는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북 대학생들이 함께 모였던 그때가 떠올랐다.

정확히 10년 전인 2005년. 당시 나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다. 남북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 익어가던 시절이었다. 6.15공동선언 발표 5돌을 맞는 민족공동행사를 앞두고 남북 대학생 상봉모임이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다기에 들뜬 마음으로 참석했다. 멀리서 북측학생들이 보였다. 잠깐, 멀리서 만날 수 있었지만 그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게 어찌나 설레고 특별한 느낌이던지. '만나야 통일이다'라는 말이 실감나던 때였다.

잠깐의 만남을 뒤로, 우리는 곧 다시 만나자고 기약하며 헤어졌지만 다시 만나지 못한 채 10년이 지났다.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는 것이 이런 뜻이었을까? 남북관계도 너무 변했다. 금강산 관광도 중단됐고, 남북경제협력도 멈춘 지 오래다.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통일을 이야기하면 어김없이 '종북'의 딱지가 붙는다.

너무 변해 버린 남북 관계, 희망은 있다

지역에서 여러 시민단체들과 함께 다양한 지역사업, 마을 사업을 계획하면서, 올해는 지역 통일한마당을 다시 해보자고 제안했다. 6.15 공동선언 15주년, 광복 70주년인 올해에는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2000년부터 노원지역에서는 매년 통일 한마당이 열렸다. 제법 많은 지역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함께 했다. 북한영화 상영회, 북한 음식 만들기. 6.15m 김밥말기, 통일문화제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렸다. 마을 곳곳에서 통일행사가 열리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였다. 그 뒤 연례행사처럼 열리던 통일한마당은 2006년 즈음해서부터 개최가 어려워졌다. 경색된 남북관계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2010년에 다시 통일한마당이 열렸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다시 통일한마당을 준비하려다 보니 쉽지 않았다. 지역의 다른 단체들에게 제안을 하면 '함께 하기 부담스럽다', '너무 바빠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들이 많았다. 어느새 통일은 이렇게 먼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10년 사이 우리에게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멀어진 통일을 생각하다 보니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일까?', '통일은 누가 이야기해야 하나?', '대통령은 통일 대박을 외쳐대는데 남북관계는 달라지는 것이 없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런 차원에서 오는 9일, 나는 지역 사람들과 함께 '평화통일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에 참가하기로 했다. 노원만이 아니라 서울의 25개 지역에서 참여한다고 한다. 다 같이 모여 우리는 지금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된다. 얼마전 이창복 6.15 공동위원회 상임대표와 함께 노원지역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때 간담회를 마무리하던 말이 새삼 생각난다.

"요즘 같은 때에 누군가는 통일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누구라도 따라 오죠. 문익환 목사님께서는 민주주의가 곧 통일이라며 아무도 하지 않던 일을 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뒤를 따라 갔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부터 통일을 실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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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 서울 25개 지역과 각 부문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가 열린다. ⓒ 겨레하나


김민웅
(광복70돌, 6.15공동선언 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서울준비위 상임대표)

70년이라는 시간은 한 인간에게도 삶의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요즈음 70세는 예전과 비교해보면 청년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달라졌습니다만, 살아온 세월의 무게는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한 민족의 역사도 이런 시선으로 돌아보면, 그 안에 담겨 있는 우여곡절과 파란만장한 사연들을 기록한 이야기가 참으로 적지 않습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 우리는 동아시아의 거센 폭풍 앞에서 휘청거리고 결국 식민지라는 비극적 충격 속에 끌려 들어갔습니다. 백번 남 탓을 해봐야 소용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시대가 우리에게 버겁기 짝이 없었다고 해도, 제대로 된 준비와 대응이 있었다면 역사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을 겁니다. 광복 이후의 역사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 마디로 말하자면, 우리 자신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지 못하면, 그래서 전격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21세기 동아시아의 현실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하게 된다면 1백 년 전의 비극은 과거지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한 사회가 분열로 지새운다면 그 사회의 앞날은 어두울 것입니다. 한 민족이 분열을 넘어서기 보다는 적대와 전쟁위기 속에 매일을 지내고 있다면 그 민족의 앞날 역시도 희망을 갖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더군다나 강대국들이 둘러싸고 민족의 힘이 하나로 뭉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면 이는 더더욱 우리에게 고통의 연속이 되고 말 것입니다.

남과 북은 분단의 역사를 끝내고 통일을 위한 걸음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서로 모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재앙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현실에서 점점 더 불리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을 뛰어넘기에는 많은 제약과 장애가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는 여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민사회만이 가능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남과 북 사이에 건너기 어려운 심리적 거리가 날로 더 확장되고 있는 것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함께 지내고 싶은 우리 동족이라는 생각이 자꾸 사라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냥 이대로 서로 떨어져 사는 것이 편하다, 라는 생각 말입니다.

얼핏 그럴 듯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심각하게 제약되고 있는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자원이 얼마나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는지, 더 좋은 국제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그 기회를 끊임없이 날려버리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낫고, 더 편한 삶이 분단을 넘어서 통일로 가는 길에 이루어질 수 있는데도 이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자신 모두에게 크나큰 손해를 자초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냥 전략적으로만 생각해도, 분단은 우리에게 장사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오늘날 일본이 다시 군사강국으로 회귀하면서 동아시아에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 빤한 것만 봐도 판단내릴 수 있습니다. 혹 북에 대한 혐오가 있는 경우라도 남과 북이 서로 힘을 합해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결단을 쌓아가야 우리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 정도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순전히 우리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만으로도 분단은 해소되는 것이 유리해집니다. 전쟁의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산다는 것은 정신분열증에 걸릴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분열증의 위험에 늘 놓여 있습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이제는 종식해야 합니다. 광복 70주년은 그런 결단과 선택을 하기에 너무도 적합한 시기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민 1천인 원탁회의를 제한하고, 여기에 시민들의 뜨거운 참여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어디 1천인으로 제한하는 행사겠습니까. 그건 사실 최소단위지요. 그렇게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서로 초대하고 함께 어울려 모이는 기쁨이 넘치면 그게 바로 분단을 넘는 역사의 걸음걸이가 될 것입니다.

무슨 대단한 역사의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무슨 엄청난 의지와 결단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주 사소한 일상이라도 평화롭고 풍요하며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을 바란다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분단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철책을 치고 진전을 가로막고 있으니까요. 

모이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입을 열고 뜻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내일이 보일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통일을 위한 우리 사회 전체의 힘이 자라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 할 일이 참 많은 세상이지만, 우리에게는 분단을 넘는 일 만큼 기본적이며 절박한 일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민주주의, 경제, 국제정치 이 모든 것들이 다 분단구조의 해소에 따라 그 열매가 결정되는 것이 현실의 진상입니다. 15년 전인 2000년 6월 15일은 이 발걸음의 소중한 1보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1보가 백보가 되고 천보가 되고 마침내 통일의 문을 여는 행렬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에 나서고자 합니다. 부디 함께 하셔서, 감격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광복 70주년이 청년의 기세로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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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 원탁회의에 서울시민들을 초대하는 기자회견 퍼포먼스 ⓒ 겨레하나


2005년, 서울 상암 경기장에는 10만 명의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시민들은 거리에서 단일기를 흔들며 북측 대표단을 열렬히 환영했고, 경기장을 꽉 채운 시민들 위로 대형단일기가 펄럭였습니다. 높은 천장에서는 '통일은 됐어'라는 휘장이 내려와 사람들을 벅차게 했습니다, 같은 해 평양의 류경체육관에서는 국민가수 조용필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앵콜곡으로 '홀로아리랑'이 울려퍼질 때 북측 관중들은 눈시울을 적셨고, 공연을 방송으로 시청한 남쪽 시청자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10년 전, 광복 60주년을 맞은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의 남북관계는, 냉랭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합니다. 올해 초만해도 남북 양쪽은 올해를 통일을 맞이하는 한해로 준비해보겠다고 발표했지만, 벌써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 그리 희망찬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 남북이 '6.15 남북공동행사'를 합의했다는 소식은 희망이 아닐수 없습니다. 남북이 다시 만나 통일을 이야기하겠다는 희망이 새롭게 솟아나고 있습니다.

작은 희망을 큰 설렘으로 키워보고자, 서울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지역의 주민들까지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의미에서 서울의 각 25개 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마을단체들. 그리고 노동, 학생, 청년, 여성, 빈민 등 각계각층의 서울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모여서 우리에게 통일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겪은 분단은 어떤것이었는지 의견을 나누고 고민을 모아냅니다.

5월 9일 토요일 오후 4시.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리는 '평화통일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에 관심있는 서울시민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원탁회의 소개
http://www.slideshare.net/seoulkrhana/1000-47889347

참가신청
http://goo.gl/forms/tSdO2LycrB


○ 편집ㅣ박혜경 기자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노원지역 시민사회단체 협의체인 '노원공동행동' 간사입니다.
#평화 #통일 #민족공동행사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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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 전문단체,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민단체 겨레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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