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과 안영, 두 명재상의 최고 골칫거리는?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28] 最

등록 2015.05.08 14:38수정 2015.05.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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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最 가장 최(最)는 고대 정책이나 전쟁의 성과를 평가할 때 상등(上等)을 최(最)로 구분한 것에서 가장, 최고, 으뜸의 의미가 생겨났다.

가장 최(最)는 고대 정책이나 전쟁의 성과를 평가할 때 상등(上等)을 최(最)로 구분한 것에서 가장, 최고, 으뜸의 의미가 생겨났다. ⓒ 漢典


사마천의 <사기> 중 70권으로 된 열전 두 번째 얘기에 제나라의 두 명재상인 관중(管仲)과 안영(晏嬰)이 등장한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고사를 낳은 관중은 친구 포숙아의 추천으로 환공(桓公)을 모시며 춘추시대 제나라의 전성기를 구가했고, 이후 안영 역시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 3명의 군주를 모시는 동안 유연한 언변과 원칙을 실천하는 강직함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관중과 안영, 두 명재상에게도 공통된 골칫거리가 있었던지 <한비자>와 <안자춘추>에 비슷한 얘기가 전해지는데 주인공은 바로 '쥐'다. 제 환공이 관중에게 나라를 다스리는데 무슨 걱정이 있냐(治國最奚患)고 묻자, 관중은 사당의 쥐가 가장 걱정이다(最患社鼠)고 답한다. 곡식과 국가의 번창을 비는 사직에 쥐가 있어 이를 잡아야겠는데 불을 지르자니 사당이 탈 것이고, 물을 붓자니 흙벽이 무너져 내릴까 두려워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쥐는 물론 권력에 빌붙어 아부를 일삼는 간신배요, 백성보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쁜 부패한 정치인이다.

송대 왕안석은 <등비래봉(登飛來峰)>이라는 시에서 "뜬구름이 시야를 가려도 두렵지 않은 것은 내 몸이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다(不畏浮雲遮望眼, 自緣身在最高層)" 라고 노래한다. 가장 높은 곳에서 높은 기상과 안목으로 어떤 뜬구름도 시야를 가리지 못하도록 헤쳐 나가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군주의 판단을 흐리는 쥐 같은 간신배가 주위에 들끓으면, 아무리 높은 곳에 위치한 군주라 해도 정상적인 판단과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고, 아무리 뛰어난 명재상이라 해도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최(最, zuiì)는 가로되 왈(曰)과 취할 취(取)가 결합된 형태이다. 여기서 왈(曰)은 무릅쓸 모(冒)의 의미에서 온 것이고, 취할 취(取)는 귀 이(耳)와 오른손을 나타내는 우(又)라 합쳐진 것으로 전쟁에서 전적을 증명하기 위해 전사자의 귀를 칼로 잘라 취한 것에서 유래한 글자이다. 따라서 최(最)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언가를 실천해 귀를 취하는 것 같은 성과를 가장 많이 올린 것을 의미한다. 고대 정책이나 전쟁의 성과를 평가할 때 상등(上等)을 최(最)로 구분한 것에서 가장, 최고, 으뜸의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은 "호랑이든 파리든 다 때려잡겠다(打虎拍蝇)"며 부정부패에 대해 칼을 들었다. 두 명재상의 골칫거리였던 생쥐가 호랑이와 파리로 바뀌었지만, 국가를 운영함에 여전히 부패문제의 폐해와 심각성이 크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世界之最) 인구와 세계 최대 공장 중국이라는 이 넓은 곡간에서 작은 쥐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2000년 넘게 중국 곡간을 좀 먹어온 쥐를 이번엔 제대로 잡는지 두고 볼 일이다. 
#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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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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