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교육부는 교과서의 한자병기를 폐기해야 한다

등록 2015.05.13 09:48수정 2015.05.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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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학교 검정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작성함 ⓒ 박용규


교육부는 지난 4월 29일에 설명 자료를 통해, 다음의 근거를 들어 초등 교과서의 한자병기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11.9.)에 한자 병기 허용지침이 수록되어 있어 한자 병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작성한 이 지침 가운데 "II. 공통 편찬상의 유의점, 6. 표기와 인용의 정확성, ○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하여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문자를 병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교육부는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

이 지침에는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에만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할 수 있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모든 교과서는 한글 전용으로 하고, 한자 병기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한다는 지침이다. 이 내용을 한자 병기 허용지침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현재 교육부는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추진하면서, 이 지침을 근거로 들었다. 교육부의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지침대로 한자 병기를 추진하면, 상위의 관련 규정과 법을 모두 위반하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관련 규정과 법으로는 모든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추진할 수 없다. 이는 우리말과 한글을 중요하게 여겨서 관련된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에도 상위의 규정과 법인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15)' 제26조 제3항에 "교과용도서를 편찬하거나 발행하는 자는 「국어기본법」 제18조에 따른 어문규범을 준수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국회의원이 제정한 초ㆍ중등교육법(2014)에 "제29조(교과용 도서의 사용) ② 교과용 도서의 범위·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선정 및 가격 사정(査定)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어기본법(2005) 제18조(교과용 도서의 어문규범 준수)에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초·중등교육법」제29조에 따른 교과용 도서를 편찬하거나 검정 또는 인정하는 경우에는 어문규범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 제14조(공문서의 작성) 제1항에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상을 정리하여 보면, 대한민국의 모든 교과서는 어문규범에 맞게 한글로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교육부는 한자 선호 인사들의 주장에 맞장구를 쳐서는 안 된다. 문자생활에 한글과 중국글자인 한자를 섞어 사용해야 한다고 맹신한 한국어문회,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전통문화연구회가 중심이 되어 연합하여 2012년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를 창립하였다. 이 단체는 2012년 10월에 국어기본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다. 아직까지 판결이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교육부는 한자 선호 인사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한자 병기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렇다면 이 정책 추진은 편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날 때까지 이 정책은 폐기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왜냐하면 교과서의 한자 병기는 '국어기본법'과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국어기본법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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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한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과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한글학회 연구위원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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