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재보선 광주 서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당선 확정 직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강성관
그런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천정배, 정동영이라는 야권의 거물 정치인이 맞붙은 광주와 서울 관악에서는 야권의 전통 강세 지역이라는 것에 의지해 막연한 승리를 기대했다. 경기 성남과 인천에서는 신상진, 안상수라는 여권의 경쟁력이 있는 후보들과 맞붙었다.
결과는 처참한 전패였다. 문 대표가 '뚜벅이 유세'로 골목을 누빈 광주에서 그의 얼굴만 보고 표를 주는 사람은 없었다. 야권이 분열된 관악에서는 정동영을 잠재우지 못했고, 지역 공약에 충실한 여권 후보에 밀렸다. 성남과 인천 역시 여권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결과였다. 새정치연합의 '정권 심판론'은 또 다시 선택받지 못했다.
떨어지는 문재인-새정치연합 지지율그때부터 당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보면 당은 선거 때문이 아니라 선거 이후 상황 때문에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선거 패배를 수습하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져 지지율을 까먹고, 지지율 하락이 또 다시 당의 분란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전당대회 이전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성인 1001명 대상으로 실시)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42%로 지난주에 비해 1%포인트 오른 반면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2%로 2%포인트 떨어졌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매주 1%포인트 꾸준히 상승하고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매주 2%포인트씩 빠지는 모습이다.
문 대표의 대선 후보로서 입지도 흔들렸다. 같은 조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2017년 대선을 양자 가상대결에서 두 사람은 각각 38%, 42%를 얻었다. 김 대표가 문 대표를 4%포인트 이긴 것이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는 같은 조사에서 문 대표가 김 대표에 14~20%포인트 앞섰지만 4.29재보선 이후 역전된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에는 '싸울 때는 떨어지고 안 싸울 때는 올라간다'는 공식이 적용된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벌어지자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이후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각 계파의 대표 격 인사들을 비대위원으로 내세우면서 갈등을 봉합하자 지지율은 상승했고, 20%대에서 안정을 찾았다.
다른 무엇보다 '계파 갈등'이 당 지지율을 결정하는 변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지지율 추락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갤럽은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재보선 결과에 대한 책임론과 당내 갈등이 불거지며 3주 연속 하락했다"라고 진단했다. 결국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당과 문 대표 모두에게 가장 큰 과제인 것이다.
'친노 패권주의' 비난 빌미 준 문재인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있다. 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문 대표가 '사퇴할 필요는 없다'는 응답(53%)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33%)보다 20%포인트나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당의 계파 갈등이 문 대표의 입지를 흔드는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지금의 '친노-비노 갈등'이 실체가 없는 '허구 논쟁'이라는 점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는 지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새정치연합의 선거 패배는 '친노 패권주의'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선거 전망의 실패, 전략적 패착이 원인이다. 여기에 당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문제를 지적받는 다면 '무능함'이지 '패권주의'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계파 갈등은 정확한 문제 진단으로 나오지 않았다. 문 대표의 책임을 묻기가 가장 손쉽고, 치명적인 방법이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와 반대점에 있는 당내 세력의 인사들에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선거 패배와 수습 과정을 모두 잡아 '친노'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갈등의 불씨를 문 대표 스스로가 던졌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계파 논란을 종식시킬 적임자'라고 했지만 그런 면모는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선거 이후 거취 문제, 광주 방문 등을 결정할 때 최고위원들과 상의하지 않았다. 대표의 모든 결정을 상의할 필요는 없지만 선거 참패라는 큰 위기 사안이라는 점은 고려됐어야 했다.
언제든지 계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였지만 그에 대한 고민 없이 "다시 시작하겠다"라는 메시지로 일점 돌파를 시도했다. 이는 '친노 패권주의'를 제기할 수 있는 좋은 빌미가 됐다. 선거 패배 이후 신속하게 당내 여론을 수습하고 혁신안을 추진해 계파 갈등을 사전 차단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혁신기구', 계파 논쟁 2라운드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