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전강 요선암. 오랜 세월 물살에 깎여 둥그스름한 형태를 하고 있는 바위들.
성낙선
자전거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풍경과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강원도 영월에 있는 요선암에서 법흥사까지 가는 길 위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도 그런 것들 중에 하나다. 법흥천을 따라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수없이 많은 캠핑장과 마주친다. 평생 이렇게 많은 캠핑장은 보게 된 건 이곳이 처음이다.
법흥계곡은 그만큼 캠핑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산과 산 사이를 흐르는 물이 투명하고 깨끗하다. 낮은 여울을 이루고 있는 곳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당하다. 캠핑장 주변은 온통 소나무 숲이다. 솔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가슴 속이 다 시원해질 정도다.
요선암에서 법흥사까지 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길이다. 평지를 달리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꽤 힘든 여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여행을 하는 동안, 피곤한 기운을 느끼지 못한다. 자전거여행을 하는 동안, 내내 솔 향기를 맡으며 페달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경사길이라고 해도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똑같은 조건에서 매연으로 가득 차 있는 도시의 복잡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면, 얼마 못 가서 자전거를 타는 일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이 모두가 다 솔 향이 묻어나는 맑은 공기 덕분이다. 그러니까 법흥계곡은 캠핑을 하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하지만, 자전거여행을 하는 데도 꽤 적합한 조건을 갖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풍경, 요선암요선암은 법흥천이 주천강과 만나는 합강머리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다. 법흥천이 끝나는 지점에서 주천강으로 내려서면, 강물 밖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과 마주치게 된다. 주천강은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주천강은 한반도지형이 있는 지점에서 평창강으로 이름을 바꾼다.
그다음에는 청령포 부근에서 동강과 함께 남한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주천강이라는 이름으로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요선암에서 마주하게 된 주천강은 그 이름처럼 아무런 특색도 가지고 있지 않은 강이 아니었다. 주천강에는 또 주천강만이 가지고 있는 남다른 풍경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