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에서 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암매장지. 땅 아래 유해가 묻혀 있으나 수십 여년 동안 농사를 지면서 유해가 훼손됐다.
유해발굴 공동대첵위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의 유해가 암매장된 대전 산내 골령골이 시민의 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관련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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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아래 유족회)와 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대책위(아래 공동대책위, 총 22개 단체)는 지난 3월 일부 유해를 발굴한 데 이어 유해가 묻혀 있는 것이 확인된 일부 구역(약 500평)을 지키기 위한 한 평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당 구역은 유해매장이 확인됐지만 매년 농사를 지으면서 유해가 훼손됐다.
앞서 유족회는 대전시와 대전 동구청에 유해매장지에서 더는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토지임대비용 등 500만 원의 긴급지원을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며 거절당했다. 그러자 유족회와 공동대책위는 '시민의 손으로 유해 훼손을 막겠다'며 지난 4월부터 한 평 지키기 운동을 시작했다. 영농행위로 인한 더 이상의 유해훼손을 막기 위해 땅 임대와 임시 공원 조성에 필요한 비용과 일손 마련하기 위한 '한 평 지킴이 500명(1인 1만 원)'을 찾는다는 취지였다.
20일 현재까지 400명이 참여했다. 유족회와 공동대책위는 모인 성금으로 우선 유해매장지 땅을 일 년간 임대한 데 이어 최근 터 다듬기 공사를 벌였다. 오는 23일에는 한 평 지킴이를 자처한 50여 명이 모여 임시 조성된 묘지 위에 잔디와 꽃을 심는 자원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500평 농지가 임시 묘역으로 탈바꿈된다. 우선 유해가 주로 묻혀 있는 땅 위에 작은 봉분을 만들어 잔디를 심는다. 가로 15m 폭 5m에 달하는 이 무덤에는 최소 수 100여 명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변은 코스모스 등 꽃을 심을 예정이다.
또 지난 3월 발굴한 20여 구의 유해가 안치된 임시유해안치소도 이 곳으로 옮길 계획이다.
모소영 유족회 사무국장은 "현재 조성되는 희생자 임시묘역은 산내 암매장지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진실을 규명해나가기 위한 묘역 조성 자원봉사 또는 모금에 더욱 많은 시민들이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금 기간은 내달 27일까지로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계좌입금 또는 유족회로 연락하면 된다(기업은행 143-123170-01-011 예금주 모소영 사무국장, 문의 042-253-3383).
이와 관련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최근 산내 골령골 민간인희생사건과 관련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했다. 대전시는 지난 4월 산내 골령골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 사업 지원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제1회 대전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에 1700만 원(현장 보존 및 백서발간 1000만 원)을 반영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재소자 등 최대 7000명이 학살됐다. 당시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하지만 유해가 묻혀 있는 땅에 농사를 짓거나 공사가 진행돼 대부분의 유해가 훼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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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 민간인학살지, 시민 손길로 꽃단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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