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카드' 빼든 박 대통령, 사정정국 택했다

[분석] 청와대의 검찰 통제력 강화... '화합'보다 '대결'로 후반기 국정운영?

등록 2015.05.21 18:05수정 2015.05.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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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2015년 5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공안통'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6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요구했던 '화합형 총리'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진영과 맞서 싸울 '대결형 총리'를 골랐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장수 장관'이기도 했던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정권의 '호위무사' 노릇을 자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막아섰고 이를 추진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한 감찰까지 진행했다.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심판 청구 당시 정부 측 대리인으로 나서 이정희 진보당 대표와 변론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청와대도 황 후보자의 역할이 '사정(司正)'에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이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황 후보자를 치켜세웠다. 또 "지금 우리의 현실은 경제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과거부터 지속된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즉, '성완종 리스트' 파문 후 박 대통령이 줄곧 강조했던 '정치개혁'을 위한 선택이었단 얘기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정치개혁'이 어디를 겨냥하고 있는가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친박 핵심 인사 등 자신의 최측근 인사들이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정치권 전반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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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홍보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58)을 지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월 28일 '대독' 형식으로 발표된 유감 표명을 보면 그 의도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이때 참여정부 당시 '성완종 특별사면'을 거론하며 야권을 정조준했다. 심지어 성완종 특별사면 비판 부분은 이완구 전 총리 사의 수용에 대한 유감 표명보다 더 길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정치개혁'은 반대 진영을 향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황 후보자는 법무부장관 재임 당시에도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8명에 대한 수사가 1차적 수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특정인이 특정인을 찍은 것에 국한해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그는 또 성완종 특별사면 의혹에 대해서도 "단서가 있을 때 수사권을 발동할 것으로 안다"라며 야권 역시 수사대상임을 지목한 바 있다.

황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 하면서 검찰에 대한 통제력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황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13기로 김진태 검찰총장(14기)의 1년 선배다. 이미 검찰총장 출신의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와 포스코·경남기업 등에 대한 사정을 주도해온 우병우 민정수석 등의 존재감까지 고려하면 청와대의 '사정라인'은 더욱 강고해졌다.

"검사 출신이 정치개혁 하겠다는 건 공안통치 선언한 것"

야당의 반발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 국민통합 의지가 그렇게도 없는 것인지, 또 사람이 그렇게 없는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라며 "야당과 다수 국민의 바람을 짓밟는 그런 독선적인 인사"라고 혹평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이날 <연합TV>에 출연, "왜 하필 이 시기에 공안검사 출신 법무부장관을 (총리로) 임명하느냐"라며 "박 대통령의 눈높이에는 맞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검사 출신이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야당을 손보겠다는 공안 통치를 선언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공안검사 출신을 정부의 수장에 앉히겠다는 것은 집권 후반기 공안통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보면 박 대통령이 장고 끝 악수를 뒀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 공공·금융·노동·교육 4대 개혁, 정치·사회개혁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쌓아놓고 있다. 모두 야당의 협조 없이 처리하기 힘든 사안들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황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야권을 '압박'하겠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낸 꼴이 됐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황교안 #박근혜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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