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본 모습. 오른쪽이 다랑쉬 오름이고 왼쪽이 아끈다랑쉬 오름이다. 조남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용눈이 오름에 올라 새로운 제주의 모습을 봤고, '이곳에서 살아보자'는 결심을 했다.
박혜경
<푸른 섬 나의 삶>(조남희 지음, 오마이북 펴냄)에는 이제 제주살이 3년차에 접어든 조남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얘기가 담겨 있다. 36세의 그녀는 3년 전인 2012년 여름, 30년 넘게 산 서울을 떠나 제주로 이사했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고, 주말마다 제주를 제 집 드나들 듯 오갔지만 제주 땅을 밟을 당시 그녀의 잔고는 연봉의 반도 채 되지 않았다. 제주에 안착할 완벽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빈 몸으로 제주에 와, 맨 땅에 헤딩하듯 하나씩 부딪혀 가며 길을 만들어 간 셈이다.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를 차릴 두둑한 통장도, 제주에 인맥도 없었던 청춘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직장에 사표를 내고 무작정 내려온 제주에서 처음 두 달 동안은 대평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냈다...(중략)...장기로 묵으면 서울에서의 한 달 월세와 맞먹는 돈이 든다...(중략)... 월급도 끊겼고 모아 놓은 돈도 많지 않았다. - <푸른 섬 나의 삶> 중 마땅한 거처없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한라산 야간등반'(한라산소주를 밤늦게까지 마시는 일)을 하던 그녀는 그 자리에 있던 이웃의 도움으로 집을 구했다. 창문을 열면 한라산이 보이는 연세 170만 원 짜리 집이었다. 봄이면 고사리를 땄고, 겨울이면 감귤 따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난생 처음 귤술과 초절임도 담가 먹었다. 그녀는 지갑은 홀쭉해졌지만, 서울 살 땐 알지 못했던 즐거움들을 하나씩 알아갔다고 말한다.
고사리 꺾기가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서른이 넘도록 자연에서 직접 먹을 것을 채취하는 기쁨을 맛본 적이 별로 없다. 서울에 살 땐 해마다 해외여행을 가고 주말에는 패러글라이딩 같은 취미생활에 돈을 쓰고 다니면서 "그래, 사람은 역시 즐기면서 살아야 해!"라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부지런히 즐기면서 살았는데도 가슴에 남는 헛헛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 <푸른 섬 나의 삶> 중
일요일 저녁이면 가는 주말을 아쉬워 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직장인들. <개그 콘서트>에 단골 멘트로 나왔던 "내일이 월요일이다"라는 농담은 그래서 '웃프다'. 최승자 시인은 '이렇게 살 수도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 했지만, 직장인들에겐 '이렇게 살 수도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주말의 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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