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NLL 발언 발설자로 지목된 김재원 의원이 2013년 6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의원에게 다가가 해명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의. 노건호씨의 직격탄이 추도식의 분위기와 맞지 않았다는 의견들인데, 이를 두고선 충분히 개개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비정치인, 일반인인 노건호씨가 (정치적 계산 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호소할 자리가 과연 존재하는지를 헤아리는 것이 먼저 아닐까. 노씨가 겨냥한 김무성 대표에 대한 화살도 다르지 않다.
그 '예의'에 관해서는 김무성 대표도 결백할 순 없을 것 같다. '김무성 대표가 노무현재단 측에 참석 여부를 알리지 않고 다수의 경찰 병력을 대동하고 나타났다'는 논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재단측에 따르면, 김무성 대표측은 추도식 하루 전날인 22일이 돼서야 공식 참석 여부를 확정했고, 노무현재단측도 이에 따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자, 26일 채널A는 노무현재단측이 새누리당에 김 대표의 추도식 초청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당초 문성근씨 등이 김무성 대표의 '무례'를 들며 제기했던 주장을 반박하는 후속 기사가 나온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김경수 공동대표의 말이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조문이나 추도식에 참석할 때는 최소한 자신이 추도식에 왜 오는지, 그 다음에 추도식에 참석할 때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거라면 유족들에게 본인이 혹시 뭔가 과거에 유족들과 관련해서 잘못이 있거나 하면 거기에 대해서 최소한의 유감은 표시하고 오는 게, 그게 예의 아닙니까?"상주 운운한 박지원 의원에 이에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역시 "적절하고 필요했지만 장소가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각에서 노씨에게 비판을 제기하는 것처럼, 김무성 대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정치공학적 효과를 낳을 것이란 결과론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노건호씨가 추도식에서 한 호소가 과연 김무성 대표와 여권에게만 향했다고 볼 수 있을까.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시라"라는 일침에서 여전히 친노-비노 헤게모니 싸움에 치우쳐 그 반사이익을 여당에게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새정치연합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노무현이란 블랙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새정치무기력증과 보신주의. 아마도 작금의 거대 제1야당 새정치연합을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두 키워드일 것이다. 그 어떤 의제, 어떤 프레임이든 여당에 끌려가기 일쑤인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갈등에 친노-비노 싸움에만 매몰돼 거기에 공력을 들이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야권의 4.29 재보선 참패는 이미 예견돼 있었을지도 모른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정당에게, 심지어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재보선에서 '묻지마 투표'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6주기 추도식 때 일부 야당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던 천정배 의원의 호남 당선도, 뒤이은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한 호출도 분명 의미심장한 결과다.
반면 각종 악재에도 야당으로부터 반사이익을 얻는 여당은 땅 짚고 헤엄치기의 연속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보자. 당장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것이 노무현 정부 막바지 특별사면 아니던가. 수차례 반복되어온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흠집 내기와 물타기를 야당이 언제 보란 듯이 반전시킨 적이 있었던가.
쉽지 않은 정국이라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야당의 무능력 혹은 무기력증이야말로 혁신의 대상이어야 마땅하다. 거기에 실체가 그리 명확하지 않은 '친노'를 둘러싼 갈등까지 전국민에게 공표됐다. 이번 노건호씨의 울분과 호소 역시 절반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문재인 대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기구 위원장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임명했다. 안철수 의원이 거절하고,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고사한 그 혁신위원회가 드디어 닻을 올린 셈이다. 그러자 시작부터 호남과 386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보도되는 가운데, 한쪽에서 새정치연합 초재선의원들처럼 환영의 뜻을 밝히는 그룹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김상곤 혁신위의 활동은 수술에 가까워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분당까지 각오하는 기세가 아니라면 내년 총선은 물론 향후 대선까지도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다. 최소한 조국 교수의 표현대로 '자신의 살을 베어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육참골단'의 시늉이라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새정치연합이 이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다. 다만 더 이상 노무현이란 블랙홀을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이용하고 활용하는 일은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친노든, 비노든, 노무현 대신 혁신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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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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