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웹툰 '송곳'이 단행본 3부작으로 출간된 가운데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레진코믹스 브이홀에서 최규석 작가 북콘서트가 열렸다.
권우성
"인간의 선함과 약함에 기댄 관행들을 제거하면 조직은 멈춘다. 합리성을 강요하는 모든 조직은 비합리적 인간성에 기생한다." (본문 3권 73쪽 중에서)촌철살인과 같은 말들이 정곡을 찌른다. 스스로 '노골리스트'로 부르는 최규석 작가 특유의 문장들을 읽을 수 있다. "가장 혼자 벌어서 네 식구 그럭저럭 먹고 살고 애기들 키우고 하던 그런 시절은 다시 안 와요!"라는 외침은 오늘날 한국의 상황을 고스란히 표현한 것 같다. <습지생태보고서> 등 그의 예전 작품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날카로운 현실 인식이 담겼다.
2008년부터 장기간의 현장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작품 구상을 위한 자료를 준비한 노력도 엿보인다. <송곳>에 등장하는 상황이 무게감 있고 대사와 연출이 현실적인 것을 보면 말이다. 극 중 사례와 캐릭터는 실화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주인공인 노동 운동가 구고신은 성공회대 노동대학 학장인 하종강 교수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깔끔한 그림과 함께 노동조합과 사측의 대응, 노동법 등 관련 지식까지 자세하게 나와있다. 노동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용어들도 읽을 수 있다. 영화화 계획을 밝힌 <송곳>은 드라마까지 2차 판권 문의를 받는 중이라고 한다. 작품성과 함께 재미까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 인기의 이유로 보인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는 <송곳>을 두고 "한마디로 심각하게 재밌다"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끌리는 점은 <송곳>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정의감 넘치는 영웅 캐릭터의 등장으로 악당을 무찌르는 권선징악의 줄거리가 아니다. 그보다 "너무 위대해지지 맙시다"라고 서로를 다독이고 끊임없이 갈등과 두려움을 겪는 개인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직장과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인물들인 것이다.
<송곳>을 읽고 미처 받지 못했던 퇴직금을 받았다는 댓글 등 경험담이 이어지면서 '노동상담소'라는 웹툰에 별칭이 붙기도 했다. 무감각해진 현실의 부조리를 돌아보게 만든 만화라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 아닐까.
송곳 1~3 세트 - 전3권
최규석 지음,
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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