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전주 평화콘서트

기억, 그리고 미래를 위한 날개짓

등록 2015.05.31 15:38수정 2015.05.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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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0일,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평화의소녀상건립시민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평화콘서트'가 열렸다. '기억, 그리고 미래를 위한 날개짓'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콘서트에는 수요시위의 주인공 길원옥 할머니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 김운성 작가가 참석했다.

평화의소녀상건립시민추진위원회(이하 '시민추진위')는 전북 지역 내 6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식민지배와 전쟁의 역사에 대한 기억과 성찰, 평화와 인권 실현을 위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다. 4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족과 건립운동을 선포한 이후 5천명의 시민 추진위원을 모집하고 다양한 교육문화 행사를 펼치는 중이다.

행사장은 색색의 종이 나비를 든 시민들로 가득찼다. 특히 역사 연구나 시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식민지배와 전쟁 역사의 산 증인인 위안부 피해자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할머니를 응원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2시로 예정했던 할머니와의 만남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복동 할머니는 건강 문제로 참석이 불가능했고 서울에서 출발한 길원옥 할머니는 주말 교통 체증으로 도로에 발이 묶였다. 시민추진위는 행사 순서를 연거푸 바꿔가며 할머니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불편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었다.

김승수 전주시장 환영인사를 하는 김승수 전주시장

김승수 전주시장 환영인사를 하는 김승수 전주시장 ⓒ 김성희


최승희  환영 인사를 하는 평화의소녀상건립시민추진위 최승희공동대표

최승희 환영 인사를 하는 평화의소녀상건립시민추진위 최승희공동대표 ⓒ 김성희


전북겨레하나의 청소년평화통일기자단이 수요시위에 늘 나오는 '바위처럼'에 맞춰 경쾌한 율동을 선보이자 공기가 가벼워졌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시민추진위의 최승희 공동대표가 나란히 환영 인사를 했다. 기억과 희망의 상징물인 평화의소녀상 건립을 민관의 협력으로 의미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주시와 공무원노조는 지난 5월 26일, 700여 명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과 성금 10,700,000원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서 열린 평화토크의 주제는 역시 평화의 소녀상이었다. 제작자인 김서경, 김운성 부부 작가는 소녀상을 제작하게 된 동기와 의미를 설명했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의 증언을 한 후 20년이 지난 2011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할머니들은 더 쇠약해져만 갔다. 그해 겨울 수요시위 1,000회를 맞아 소녀상이 처음 세워졌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독특한 조형물을 통해 이 문제에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김서경 작가는 소녀상의 작은 모형을 들고 각각의 의미를 설명했고 특히 소녀의 뒤편에 드리워진 할머니의 그림자는 딸의 아이디어라고 전했다.

토크에는 지난 2014년 8월, 전주시청 홈페이지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한 두 여고생이 참석했다. 전주여고 2학년에 나란히 재학 중인 김서현, 이여원은 지난 해 대학생들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때 한옥마을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앙케이트를 해보았다. 의외로 이 문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전주 한옥마을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북지역에도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여성들이 있었다. 11명이었는데 조선희 전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1998년부터 이들과 교류했다. 할머니들을 모시고 야유회도 가고 금강산도 갔다. 2002년에는 일본에 가서 국제 모의법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을 보지 못하고 한사람 두사람 세상을 떠났고 고창에 살던 마지막 생존자마저 2013년 유명을 달리하였다.


시민추진위의 책임자인 방용승 전북겨레하나 대표는 올해부터 추진한 평화의소녀상 건립 운동의 현황을 설명하였다. 지난 해부터 지역의 원로, 시민사회, 청소년들이 필요성을 이야기해왔다. 그러다 올해 초 전북겨레하나가 이 사업을 광복 70주년 사업으로 채택하여 이웃 시민사회단체에 제안함으로써 시민추진위가 구성되었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전주 풍남문 광장을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 '기억의 광장'으로 조성하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얼마 전 네티즌들이 중심이 되어 이 광장에 '세월호 기억의 나무'를 심었고 조만간 전봉준상도 세워질 예정이다.

평화토크 평화의소녀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서경, 김운성 작가와 조선희 여성단체연합 대표, 방용승 전북겨레하나 공동대표, 이여원, 김서현 학생

평화토크 평화의소녀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서경, 김운성 작가와 조선희 여성단체연합 대표, 방용승 전북겨레하나 공동대표, 이여원, 김서현 학생 ⓒ 김성희


김복동 할머니, 영상으로 인사 전해

토크와 문화 공연을 이어가면서 기다린 끝에 3시 30분 경 길원옥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참석자들은 색색의 종이 나비를 흔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무대에서 막 공연을 하려고 준비했던 전북여성장애인합창단도 잠시 멈춰 박수를 쳤다.

길원옥 할머니가 무대에 오르기 전 김복동 할머니의 영상이 무대 위로 밝혀졌다. 김복동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 못가서 미안하다"며 "여러분들이 열심히 해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다니 기쁘다"고 전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 땅에 우리처럼 고통받는 이들이 없도록 전쟁을 없애고 평화통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상 인사 영상으로 전주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김복동 할머니

영상 인사 영상으로 전주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김복동 할머니 ⓒ 김성희


길원옥 할머니, "13살 때 떠나온 집, 아직도 못 돌아갔다"

뜨거운 호응 속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윤미향 상임대표와 무대에 오른 길원옥 할머니는 "나는 88세이고 고향이 평양이다. 13살 때 고향을 떠나서 아직도 집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정부가 잘못했으면 사과를 해야 하는데 사과를 안한다"고 호소했다.

윤미향 대표는 북쪽에 고향을 둔 길원옥 할머니에게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일본정부의 사죄와 책임, 그리고 통일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평화와 인권을 외치는 할머니의 손을 이제는 젊은이들이 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길원옥 할머니의 짧은 몇 마디 말은 참석자들에게 큰 울림이 되어 퍼졌다. 할머니는 시민추진위 방용승 대표에게 평화의소녀상 건립기금으로 백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율동을 하고 "할머니, 사랑해요"를 외치자 머리 위에 하트를 그리며 밝게 웃었다.

길원옥 할머니 "나는 88세고 고향은 평양입니다" 길원옥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 "나는 88세고 고향은 평양입니다" 길원옥 할머니 ⓒ 김성희


할머니와 여고생 "이제 우리가 할머니에게 힘을 드릴께요" 할머니의 두 손을 들어올려 보이는 이여원, 김서현 학생

할머니와 여고생 "이제 우리가 할머니에게 힘을 드릴께요" 할머니의 두 손을 들어올려 보이는 이여원, 김서현 학생 ⓒ 김성희


율동 "할머니를 위해 준비했어요" 전북겨레하나 청소년평화통일기자단 '바위처럼'

율동 "할머니를 위해 준비했어요" 전북겨레하나 청소년평화통일기자단 '바위처럼' ⓒ 김성희


길원옥할머니 청소년들의 율동에 하트를 그려보이는 길원옥 할머니

길원옥할머니 청소년들의 율동에 하트를 그려보이는 길원옥 할머니 ⓒ 김성희


지역 문화인들, 할머니를 위한 헌정 공연

행사에는 할머니를 위한 다채로운 헌정 공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남원 춘향제 판소리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세미 명창이 흥부가 중 한 대목을 불렀다. 행위 예술가 한영애씨는 위안부들의 고통에 찬 삶과 해방의 열망을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북여성장애인합창단의 합창, 대학생 노래 공연도 무대에 올랐다.

행사가 끝난 후 한 청소년은 준비해온 작은 선물을 할머니에게 드리기도 했다. 헤어지기를 아쉬워하며 포옹하고 손을 잡는 이들이 많았다. "할머니, 사랑해요", "오래 사세요", "건강하셔야 해요", "열심히 할께요". 기원과 다짐의 말들이 오갔다.

콘서트가 끝나고 길원옥 할머니는 행사장에서 길이 엇갈린 김승수 전주시장을 근처 식당에서 만나 평화나비 배지를 전하기도 했다.

판소리 할머니들을 위해 흥부가를 부르는 김세미 명창과 고양곤 고수

판소리 할머니들을 위해 흥부가를 부르는 김세미 명창과 고양곤 고수 ⓒ 김성희


퍼포먼스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표현하는 한영애 행위예술가의 퍼포먼스

퍼포먼스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표현하는 한영애 행위예술가의 퍼포먼스 ⓒ 김성희


합창 전북여성장애인합창단의 공연

합창 전북여성장애인합창단의 공연 ⓒ 김성희


전체 행사를 마치고 길원옥 할머니와 머리 위 하트를 그린 참가자들

전체 행사를 마치고 길원옥 할머니와 머리 위 하트를 그린 참가자들 ⓒ 김성희


'전주'평화의소녀상 건립 운동은

5월 30일 현재 전주 평화의소녀상 건립에 참여한 추진위원은 약 1,200여 명이다. 평화의소녀상추진위는 6월 말까지 5천 명을 모아 건립 기금을 마련하고 8월 13일 경 제막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1만원의 참가비를 소녀상 건립기금으로 내는 추진위원이 되면 평화의소녀상과 함께 이름이 새겨지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관련 문의는 063)272-615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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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없는 남북교류를 통해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전북겨레하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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