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특허전쟁>을 통해 삼성전자-애플 특허 소송의 본질을 짚었던 '글쓰는 변리사' 정우성 임앤정특허사무소 대표
김시연
"이제 명목상 소송만 남았죠."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이 불붙은 지 4년이 지났다. 아직 소송은 진행중이지만 포성은 잦아들었고 언론과 사람들 관심에서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 사이 두 회사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한 채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허전쟁에선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는 셈이다.
당시 <특허전쟁>(에이콘)이란 책에서 이 같은 특허 소송의 본질을 짚었던 정우성(43) 변리사를 4년 만에 다시 만났다(관련기사:
"사실상 삼성 승리? 국내 언론 사실 왜곡").
2011년 4월 시작된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은 한 변리사의 인생을 바꿨다. 정 변리사는 언론 취재에 응할 뿐 아니라 저술 활동에도 적극 나섰고, 이듬해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
'애플 완승'은 애국심 탓? '삼성 관점' 벗어야 보인다)로 직업 언론인들을 제치고 KAIST 과학저널리즘대상 인터넷부문상을 받았다(관련기사:
'삼성 애국주의' 벗긴 시민기자, 과학저널리즘상 받다).
이후에도 <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에이콘)에 이어 아빠 육아 이야기를 담은 <나는 아빠다>(알마)를 냈고 각종 매체 기고 활동을 통해 '글 쓰는 변리사'로 활약하고 있다.
휴대폰 특허 많은 삼성이 '신참' 애플에 고전한 까닭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난 정 변리사는 변리사 5명을 포함해 직원 8명이 일하는 임앤정특허사무소 대표였다. 삼성-애플 특허 소송은 두 당사자와 우리 사회, 그리고 정 변리사 자신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특허가)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라 거기서 어떤 의미를 찾기는 어려워요. 단순하게는 기업 경영에서 특허가 정말 중요하다, 이 소송을 교훈 삼아 우리 산업에서 특허 경쟁력을 찾자는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건 문제의 겉모습일 뿐 자세히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흥미롭게도 삼성전자는 휴대폰 업계 선발주자이고 애플은 2007년 처음 휴대폰을 만든 후발주자예요. 삼성이 애플보다 무선통신분야 특허가 10배나 더 많았어요. 특허전쟁이 벌어지면 당연히 삼성이 압도적으로 이겨야 하죠. 삼성 특허팀도 그런 전략을 폈을 테고 소송이 9개 나라로 번진 것도 삼성이 주도했어요. 그런데 소송 전개 과정에서 삼성이 밀렸고 애플이 주도했어요. 우린 여기서 교훈을 찾아야 해요."
특허는 '숫자 싸움'이 아니다. 특허가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일반적인 통념에서 벗어나야 특허 전쟁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에서 원천기술을 강조했듯 삼성도 원천특허와 표준특허로 애플을 공략했지만 결국 무용지물이 됐어요. 특허가 독점인 만큼 책임이 있어요. 바로 독점 규제죠. 우리 산업은 대기업이 주도해 속성으로 발전하다 보니 독점을 어느 정도 봐줬고 특허의 독점적 속성도 고찰하지 못했죠."삼성전자는 처음에 휴대폰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무선통신기술 관련 '표준특허'를 앞세워 애플에 맞섰지만 외국 법원에서 '프랜즈 조항'에 발목이 잡혔다. 자칫 표준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특정 산업을 독점할 위험이 있어, 경쟁사도 합당한 사용료를 내고 그 기술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애플이 앞세운 제품 외관 같은 디자인 특허는 힘이 약해 보여도 법원뿐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만한 내용이어서 '여론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원천특허와 표준특허는 일부 대기업이나 가능하지 중소기업은 대부분 소외될 수밖에 없었어요. 산업이 대기업 중심이듯 특허도 대기업 중심이었던 거죠. 스마트폰 등장으로 산업 패러다임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대기업-하청기업 수직적 구조에서 플랫폼 중심의 수평적 구조로 바뀌었어요. 기업의 특허 전략이나 국가의 특허 정책도 달라져야죠. 요즘 중소기업, 스타트업, 청년창업, 창조경제 얘기하는데, 특허는 그런 비즈니스 활동에서 아이디어나 브랜드, 디자인이 나오게 하는 촉매제이고 아이디어 유통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권리' 이전에 하나의 '과정'인 거죠. '권리'로서 특허가 중요했다면 삼성-애플 소송에서 삼성이 큰 승전보를 가져왔어야죠. 애플 아이디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사소한 것들이지만 지금은 그런 게 혁신이죠.""창조경제 지원에 행정업무 늘고 '허수 특허'도 비일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