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손소독제 품절'... 커지는 메르스 공포

[팟짱] 평택역에서 만난 시민들 "정부 대응 답답하다"

등록 2015.06.02 20:24수정 2015.06.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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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을 나서는 60대 여성은 흰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 여성은 마스크 뒤로 코와 입은 숨겼지만, 메르스에 대한 공포는 숨기지 않았다.

"무섭죠. 나만 문제가 아니라 가족까지 연관된 문제잖아요. 평택에 볼 일이 있어서 간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꼭 마스크를 하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평택에 사는 20대 여성 신아무개씨도 이날 아침부터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무서웠어요. 친구들이 '평택 사람들은 타 지역에 가면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이 여성만이 아니었다. 평택역을 오가는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평택의 한 병원에서만 20명의 메르스 감염환자(슈퍼 전파자 제외)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것이다.

마스크에다가 선글라스까지 쓴 30대 남성은 "평택에서 시작됐다고 하니까 많이 걱정된다"며 "저희가 마스크 쓰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일 때문에 대구에서 잠시 올라온 장아무개씨(21)는 "불안하다"며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다.


"평택에서 발견했다고만 하고 어디서 발견했는지도 말 안 해주고 있잖아요. 전처럼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를 못해요."

역 안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손을 깨끗이 씻어라" "마스크를 써야 한다" 등의 메르스 예방법을 서로 주고 받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평택역에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마스크, 손소독제 품절' 내붙인 편의점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확산과 사망자 발생으로 국민들의 우려가 증폭되어 마스크 등 개인위생용품 판매가 늘어나는 가운데, 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한 편의점 출입문에 '마스크, 핸드워시, 손 소독제 품절입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마스크, 손소독제 품절' 내붙인 편의점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확산과 사망자 발생으로 국민들의 우려가 증폭되어 마스크 등 개인위생용품 판매가 늘어나는 가운데, 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한 편의점 출입문에 '마스크, 핸드워시, 손 소독제 품절입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박정호

평택역 안 편의점 입구에는 '마스크, 손소독제 품절입니다'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임아무개씨는 "오늘 아침에 마스크가 품절됐다"며 "품절 안내문을 붙여놓았는데도 계속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까 약국에 갔었는데 약국에도 마스크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심하라"는 모바일 메시지를 친구들로부터 많이 받았다는 임씨는 "정부가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 정보 등 말해주지 않는 게 많아서 답답하다"며 "빨리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용익 "메르스 사태, 정부의 '비밀주의'가 괴담 키운다"

시민들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전문가들도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팟캐스트 방송 <장윤선의 팟짱>(아래 <팟짱>)에 출연해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가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 정보 등을 공개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의료진이 책임을 지고 총력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방식으로 계속 복지부가 비밀주의를 유지하고 있으면 지자체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정부 당국의 '메르스 괴담' 단속 방침에 대해 "괴담을 단속할 게 아니라 괴담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비밀에 모든 걸 부치니까 모든 게 괴담이 되는 것인데 다 공개하면 괴담이 생길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형준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팟짱>에 출연해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폐쇄하면서 최소한의 역학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며 "정부가 무능하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훨신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 정책국장은 "감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1인 격리병실이 턱없이 부족하고, 중소형 병원 같은 경우에는 그런 병실을 아예 기대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를 의료 선진국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평택역 시민 인터뷰를 비롯해 김용익 의원과 정형준 정책국장의 전체 인터뷰 내용은 <장윤선의 팟짱>을 통해 들을 수 있다.

☞ 아이튠즈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 오마이TV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 팟빵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 편집ㅣ홍현진 기자

#메르스 #평택 #팟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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