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메르스 상황, '20가지' 정리

감염내과 교수들, 지난 3일 긴급 기자간담회 열어

등록 2015.06.04 15:04수정 2015.06.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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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메르스 전문가들은 '메르스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관련 정보를 브리핑한 후 짧은 토론을 가졌다. 이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을 20가지로 나눠 정리해 봤다.

간담회에 참여한 패널은 이재갑 교수(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손장욱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천병철 교수(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김성한 교수(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다.

메르스,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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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의심 환자 급증 '비상'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 급증으로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유성호


#1. 에볼라 바이러스는 (거리가 먼) 지역적 한계 때문에 국내 유입 가능성이 낮았고, 오히려 메르스가 가능성이 더 컸다. 최근 중동에 한국인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두 나라 사이를 왕래하는 사람이 증가했고 (두바이 등의) 중동 도시를 경유하는 여행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메르스는 에볼라보다 소홀히 여겨졌다. (이재갑 교수)

#2. 이제까지 메르스에 감염된 사우디아라비아인의 통계를 보면, 사망자가 증상의 첫 발현에서 사망까지 걸린 기간의 중간값(평균값 아님)은 11.5일, 환자의 주요 증상인 발열, 기침, 호흡곤란은 환자의 98%, 83%, 72%에서 각각 발현, 인공호흡기는 전체 환자의 80%에 사용, 환자의 100%가 흉부 엑스레이 소견에서 이상을 보였다. (이재갑 교수)

#3. 메르스 진단은 혈액을 채취해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 효소 연쇄 반응)을 이용하고, 확진 환자 대부분은 특별한 금기증(Contra-indication)이 없다면 인터페론(항바이러스제)과 리바비린(항바이러스제, C형간염 치료에도 쓰임)을 병합 투여한다.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두 약제의 병합 요법이 생존율을 높였다고 한다. (이재갑 교수)

#4. 메르스 전염 초기에 긴밀 접촉자(혹은 밀접 접촉자)의 정의 범위를 좁게 잡아 감염 의심자를 너무 적게 추정한 것은 다시 돌이켜 봤을 때 너무나 아쉽다. (이재갑 교수)


#5. 아직 지역 감염(병원 밖 감염)은 없다. (이재갑 교수)

#6. 현재 여러 병원은 메르스 전염에 대한 대응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폐렴 환자를 역추적하면서 메르스와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다. (이재갑 교수)


#7. 다음 주 환자 수의 증가 추이에 따라 차후 계획이 결정될 것이다. 다음 주가 고비다. (이재갑 교수)

#8. 이전에 홍콩정부가 사스를 방어한 사례에선 감염 의심 환자의 병원 방문에 대비해 환자 가족 데이터나 과거력을 취합한 사스 Cluster(집단) 정보를 의료 기관끼리 공유했다. (손장욱 교수)

#9. 현재까지 3차 감염은 모두 지역 사회 감염이 아닌 병원 감염이었다. 중동 지역의 감염도 대부분 병원 내 감염이었다. 공기 전염은 조건 자체가 굉장히 까다롭다. (손장욱 교수)

#10.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라면 의료 기록을 포함한 환자 정보를 의료 기관끼리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 때문에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반대다. (손장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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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예방 위해 마스크는 필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 급증으로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유성호


전문가들이 파악한 '메르스'

#11. 많은 병원이 메르스 환자 입원 사실을 쉬쉬하고 있고, 노출을 꺼리고 있다. (천병철 교수)

#12. 메르스 환자에 노출 안 된 병원을 보호해서 남은 환자(메르스가 아닌 환자)를 위한 의료 기능을 보존해야 한다. (천병철 교수)

#13. 지역 거점 병원은 시설도 미비하고, 격리병실에 여유도 없으며 일반 환자를 동시 진료 중이다. 따라서 메르스 환자를 가능한 한 곳으로 모아 치료해야 한다. (천병철 교수)

#14. 소독제 등의 간단한 물품 구비에도 병원은 1억 원 정도를 지출해야 한다. 병원에 이런 추가 지출에 대한 수가를 보전해줘야 한다. (천병철 교수)

#15. 축적된 사스 데이터로 코로나 바이러스 성질을 추정하면, 메르스는 증상이 생기기 전까지 전염(Viral Shedding)하지 않는다. 보통 증상이 생긴 후 전염성(Viral infectivity)이 생기고 바이러스가 증가한다. (김성한 교수)

#16. 해외(미국, 중동)에선 메르스 환자 접촉자를 국내처럼 일괄적으로 격리하지 않았다. 미국이나 중동에서는 접촉자 모니터링을 통해 증상을 확인하면서 격리 여부를 결정한다. (김성한 교수)

#17.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사스 바이러스 정도로 증가하지 않는다면 1000여 명이나 되는 접촉자를 일괄적으로 격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성한 교수)

#18. 메르스가 밀접 접촉이 아닌 방법으로 전염하는 경우는 다음의 세 가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a. 공기
b. 청진기 등의 매개물을 통한 전염
c. 문고리, 복도의 물건 등 병원 내 공용 공간의 시설물

b, c의 경우 밀접 접촉인데도 공기 매개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a번의 경우는 현재까지 일어난 적이 없으며 다음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선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지역 감염(병원 밖 감염)은 아니다. (김성한 교수)

예) 의료인이 메르스 환자에 기관 삽관(Intubation)을 하면서, 기관(Bronchus)에 있던 바이러스 덩어리가 순간적으로 가해진 압력때문에 공기로 퍼지는 경우

#19. 단체 활동을 자제하거나, 학교 등의 공공 장소를 폐쇄하는 것이 메르스 전염 차단에 유익하다는 객관적 근거는 현재까지 없다. (손장욱 교수)

#20.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공장소를 폐쇄하거나 단체 활동을 자제하게 했던 적은 없다. (김성한 교수)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가정의학과 의사입니다. 이 기사는 메디게이트뉴스(www.medigatenews.com)입니다)에도 게재됐습니다.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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